우리은행장 ‘오디션’ 본격 개막…유력 후보는 누구
영업력·현장 경험 중심…“성공 여부 따라 타 지주에도 영향 있을 것”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오디션’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예고했던 이번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은 그간 금융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채용이 진행된다. 4인의 후보들이 선정된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꼽겠다는 ‘영업력’을 보여주는 후보가 차기 우리은행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1일 우리은행장 1차 후보군 4인의 검증이 시작된다. 후보 4인은 이날 우리금융지주 정기이사회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등 이사진에게 업무현황과 향후 목표 등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사실상 이날 이사회를 1차 면접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은행장 선정에 ‘4단계 검증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 임원 재임 기간 평판 조회, 업적·역량 평가 등 3단계 검증을 거쳐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한다. 이후 자추위에서 최종 심층면접과 경영계획 발표(PT)를 거친다. 다음달 말 자추위에서 차기 은행장이 정한다.
일반적으로 은행장 선임은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자추위 등에서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발표하고 이사회 승인 후 선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은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4단계로 구성돼있다. 3단계까지는 경영진과 이사회, 노조 등이 참여해 투명한 검증 절차를 거친 후 숏리스트(최종 후보군) 2명을 추린다. 이어 4단계 심층 면접 후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임하게 된다.
오디션 형식은 최근 두 번의 대구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DGB금융이 택했던 CEO(최고경영자) 육성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앞서 DGB금융은 계열사 OJT, 어학연수, CEO 아카데미 등 여러 단계에 거쳐 대구은행장을 선출한 바 있다. 새 CEO가 선임되자마자 차기 CEO 육성에 나서는 DGB금융은 해당 프로그램을 2년에 걸쳐 진행한다.
현재 4인의 후보들은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부행장)과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캐피탈 대표가 있다. 임 회장과 우리금융 이사진들은 ‘현장 경험’과 ‘영업력’을 중점으로 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4인 후보들 모두 현장 경험이 충실한 인물로 금융업계에 알려져있다.
이에 대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은행장 선임 절차를 만드는 것이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하는 금융정책, 감독당국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보면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내부적으로 은행장을 정했는데 이번에는 외부 전문가를 동원하고 여러 과정과 단계, 절차를 거쳐 진행한다”며 “새로운 시도이고 투명성이나 객관성, 전문성이 훨씬 담보될 수 있는 장치”라고 부연했다.
이번 오디션은 우리금융 내 양대 파벌로 꼽히는 한일·상업은행간 ‘균형’을 맞췄다고 평가받는다. 4인의 후보들을 보면 그룹 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의 균형을 맞췄다. 이석태·조병규 후보는 상업 출신, 강신국·박완식 후보는 한일 출신이다. 출신 은행별로 양분한 상태에서 '오디션'을 통해 투명하게 후보 검증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권에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직접 인사 권한을 내려놓으면서 새롭게 도입한 ‘은행장 선정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공 여부에 따라 업계 전반에 새로운 ‘인사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금융당국에서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존의 방식을 비판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며 “4대 지주 중 최초로 시도되는 인사 프로그램인 만큼 우리금융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다른 금융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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