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시선] 초심 잃은 ‘복면가왕’, 가왕은 없고 사연팔이만 남았다

권혜미 2023. 4.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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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제공
가왕에 대한 화제성은 없고, 이슈가 되는 연예인 섭외에만 급급한 분위기다. 결국 물의를 빚은 인물까지 출연시키며 ‘복귀가왕’이라는 오점만 남았다. MBC ‘복면가왕’의 현주소다.

지난 16일 방송된 ‘복면가왕’에 걸그룹 피에스타 출신 차오루가 출연했다. 3년 만에 국내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차오루에 대해 시청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이는 차오루가 과거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두고 중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반대 의견을 지닌 네티즌들의 반발을 샀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반감을 일으킨 출연자였다면 잠깐의 논란에 그쳤겠지만 ‘복면가왕’은 차오루 방송 일주일 전, 무려 3번의 음주운전을 저지른 호란을 출연시켰다. 2주 연속 논란이 예상되는 출연자들을 복귀시킨 터라, 시청자들의 반응이 싸늘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MBC 캡처
호란이 출연한 뒤 심상치 않은 여론을 인식한 ‘복면가왕’ 제작진은 결국 사과문을 게재하고 그의 VOD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복면가왕’ 측은 “앞으로 출연자 섭외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과 1주일 만에 다시 출연자로 구설을 초래하며 제작진이 말한 ‘엄격한 기준’에 의문을 갖게 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사실 ‘복면가왕’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출연자 논란을 넘어 점점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첫 방송을 시작해 무려 8년 동안 방영 중인 ‘복면가왕’은 MBC를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방영 초반 ‘복면가왕’의 흥미 요소는 여러 가지였다. 가면 속 실력자의 정체를 추리하는 재미와 차기 가왕은 누가 차지할지 긴장감이 매회 느껴졌다. 설혹 참가자의 정체를 눈치챘다 해도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무대 자체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복면가왕’의 원색은 ‘음악’에 가까웠다. ‘복면가왕’ 전성기 시절 레전드 가왕이었던 가수 하현우, 김연우 등은 이름이 거의 매번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사진=MBC 캡처
이는 시청률로도 증명된다. 2016년 9주 동안 가왕의 자리에 있던 하현우가 정체를 밝혔을 때 ‘복면가왕’ 순간 시청률은 무려 21.9%, 평균 시청률은 14.4%였다. 반면 올해 초 5%대에 머물렀던 시청률은 지난 16일(400회) 방송에서 4.4%를 기록했다. 호란이 출연한 399회는 4%에 그쳤다. 

뚜렷한 하락세의 원인은 무엇일까. 출연자가 노래로 감동을 주기 보다는 그저 인기가 많거나 이슈가 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프로그램이 오래된 만큼 초창기의 신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가창력이 뛰어난 실력자는 이미 대부분 출연했을 터이니 제작진 입장에서 새로운 참가자를 물색하는 게 쉽지 않을 터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 논란이 됐거나 노래가 아닌 다른 이슈로 인지도를 높인 사람들을 출연시키는 것은 자충수다.

일각에서 ‘복면가왕’의 문제점이 장수 프로그램의 고질병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사연팔이, 복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복귀를 위해 방송 출연을 하려는 연예인과 화제성을 이용하려는 제작진의 얄팍한 이해관계가 프로그램의 본질을 흐린 셈이다.

‘복면가왕’은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스타들이 노래실력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음악 버라이어티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방송의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지금, 다시 초심을 돌아보아야 할 때다.

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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