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 5월 1일 광화문 거리행진

장지영 2023. 4.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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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방정환 발표… 올해 기념 행진 이후 거리 공연·전시와 체험행사 열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 기념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주영(왼쪽) 어린이해방선언100주년 기념사업협회의 회장이 어린이들, 예술단체 관계자들과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시테지 코리아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게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의 그들에게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폐하게 하라.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하라.”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3년 5월 1일 소파 방정환(1899~1931)이 발표한 ‘어린이해방선언(원명 소년운동선언)’의 일부로 어린이해방을 위한 기초조건 3개다.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선포했던 방정환은 어린이날 1주년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어린이해방선언을 발표한 후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눠줬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 해방”을 외치며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앞서 방정환이 1923년 3월 잡지 ‘어린이’를 창간한 이후 일제는 어린이날 행사를 불온하게 보고 감시했다.

어린이해방선언은 방정환이 어린이날을 선포한 사상적 배경을 알 수 있는 글이다. 어린이해방(소년운동)의 기초조건 3가지와 어른과 어린이에게 각각 ‘드리는 글’로 구성돼 있다. 1924년 국제연맹 총회에서 결정한 ‘제네바 아동 권리 선언’보다도 1년 앞선 것으로 역사적 의의가 크다.

1922년 어린이날 선포에 이어 1923년 어린이해방선언을 발표한 소파 방정환.

이후 어린이날은 점점 전국적으로 열리게 됐다. 다만 5월 1일이 노동절과 겹쳤기 때문에 1927년 5월 첫째 일요일로 옮겼다. 그런데, 어린이날의 규모가 점점 커지자 일제는 어린이날 행사가 민족의식을 높일 것을 염려해 1934년 잡지 ‘어린이’를 폐간한 데 이어 1937년 어린이날 행사도 금지했다. 하지만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어린이’가 다시 발행됐으며 어린이날 역시 부활했다. 아예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했으며,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어린이날은 국가적 행사가 됐다.

올해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하는 거리행진과 공연, 전시 행사가 열린다. 특히 5월 1일엔 어린이날 101주년 및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하는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공식행사가 열린다. 행사를 주최하는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 기념사업협의회는 지난해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발족됐으며, 300여 개의 어린이 관련 문화예술단체가 후원자로 나섰다.

5월 1일 주요 행사로는 어린이와 가족, 예술가들이 방정환 생가터(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5번지)에서부터 광화문광장을 거쳐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까지 걷는 거리행진이 있다. 대형 인형 퍼포먼스와 사물놀이, 타악기가 곁들여진 흥이 넘치는 행진이다. 거리행진 전후로는 어린이행방선언문이 낭독된다. 이어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활동도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식행사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의 엠블럼(왼쪽)과 포스터.

올해는 한국에서 어린이청소년극이100년을 맞이한 만큼 아시테지 코리아(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회원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극단 문(門), 극단 낮은산 등 16개 단체가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 거리공연을 펼치는 것은 물론 극단별로 공연 관련 의상을 입고 거리행진에 동참한다. 이외에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과 전시가 열린다. 어린이들이 놀 수 있도록 사방치기, 말뚝이떡먹이기, 기차놀이 등 우리 놀이도 펼쳐진다.

이주영 어린이해방선언100주년 기념사업협회의 회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시대를 앞서 선구적 내용을 담은 방정환의 어린이해방선언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100년을 향한 첫 출발의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은 “100년 전 거리 행진 재현에 더해 어린이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즐기며 놀 수 있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들이 주체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거나 즐길 수 있는 체계가 현재 우리 사회에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며 “이번 행사에 이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예술누리법 제정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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