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진 보내 북, 중국투자자 모집

강태화, 정영교, 박현주 2023. 4.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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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에 중국 기업의 투자나 일감을 유치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업가들에게 공단 내 설비와 시제품 등의 사진을 보낸 정황이 파악됐다. 정보당국은 향후 북한이 사실상의 개성공단 투자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19일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들은 “북한이 중국을 상대로 개성공단 내 기계금속·전자 공장의 가동을 위한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며 “공단 내 설비와 시제품을 촬영한 사진 30여 장을 주요 중국 측 관계자에게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중앙일보가 다수의 대북 소식통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관련 문건에는 북한과 중국 측 관계자가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 북·중 양국의 국기가 책상 위에 나란히 놓여있는 중국 기업의 사무실, 단둥에서 신의주를 거쳐 개성까지 물자를 싣고 이동할 수 있는 화물차량의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또 개성공단 내 설비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등장한다. 해당 설비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제품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A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보내온 사진에는 개성공단 G사의 등속 조인트, C사의 액정 및 회로기판, J사의 휴대전화 부품, S사의 페트병과 휴대전화 케이스 등의 시제품이 담겨 있었다”며 “중국 측 접경지역에선 개성에서 관련 물건을 싸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브로커들도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중 접경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인사는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직후 북한 당국이 적극적인 자본 유치전을 벌이다가 그동안 코로나 봉쇄 등으로 주춤했다”며 “최근 국경 봉쇄를 해제하려는 시기를 앞두고 과거와 같은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북한 김정은 정권의 비호하에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송도무역총회사’나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해외동포 관련 조직을 통해 개성공단 관련 정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기업들이 개성공단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고 단가가 저렴해 상대적으로 높은 물류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은 “개성공단 전기는 개성시 인근에서 공급받고 있고 자체적으로 발전기도 갖추고 있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어려움이라면 통신 정도”라고 했다.


개성공단 내 설비, 제품 수송할 화물차 사진도 보내

현재 평양에선 중국의 위챗은 물론 한국 카카오톡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성에선 무선통신망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과 교신하기 위해선 개성 시내에 있는 숙소(호텔) 등 제한된 곳에서 e메일로 작업 지시서 등을 주고받는 상황이라고 한다.

익명을 원한 국책기관 관계자는 유엔 제재하에서 중국 자본이 실제 유입될 가능성과 관련해 “개성공단 시설을 외부에 직접 임대하는 것은 제재 상황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임가공의 경우 상대적으로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우회로를 찾아낼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을 문제 삼으며 일종의 ‘경고장’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정황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 6일 개성공단 자산의 무단 사용을 중단하라는 대북통지문을 보내려 했지만 북한은 거부했고, 다음 날 남북 통신연락선과 군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지난 11일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직접 성명은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여권 고위 인사는 “북한이 개성공단에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정황이 파악돼 분명한 경고와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만약 중국이 실제 개성공단 운영 움직임을 보일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국제사회 제재로 북한이 개성공단 신규 투자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면서도 “다만 북한 당국의 투자유치 정황이 사실이라면 국제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주장하는 동시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태화·정영교·박현주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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