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오라, 검은옷 입고"…장관에게도 군기 잡는 與 '윤순경'

김다영 2023. 4.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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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재옥 원내대표가 4·19 혁명 기념식에 불참하는 의원의 불참 사유를 수석과 논의하라고 해서 진땀을 뺐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에 이렇게 말했다. 윤 원내대표가 이날 서울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 혁명 기념식에 소속 의원의 참여를 독려하며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반드시 참석하라고 지시를 내리자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에 놓인 것이다. 윤 원내대표가 검은 의상을 입으라며 친히 ‘드레스 코드’까지 챙기자 소속 의원 115명 중 70여명이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석수가 훨씬 더 많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많은 참석자 숫자”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지도부 입성 후 첫 일성으로 “앞으로 윤 순경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한 윤 원내대표가 실제 공약을 실천하고 있다. 특유의 꼼꼼함으로 원내 업무를 챙기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긴장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기강 잡기에 나선 윤 원내대표는 몸소 실천부터 했다. 그는 지난 18일 너 나 할 것 없이 선호하는 정무위원회를 떠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국방위원회로 스스로 옮겼다. 4·5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강성희(전북 전주을) 진보당 의원이 유일하게 결원이 있던 국방위로 배치될 가능성이 커지자 나름의 희생을 감수한 것이다. 강 의원 당선 뒤 여권에선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 정당에 속한 의원이 국방 기밀을 다루는게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컸었다. 당 관계자는 “국방위는 지역구 표심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상임위인데도 원내대표가 직접 옮겨 놀랐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의원들이 당내 특별위원회 직책을 맡는 걸 꺼리지만 최근 윤 원내대표가 부탁하면 다들 거절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원내대표는 최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유럽 출장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기재위가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처리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멈춰서자마자 외유성 출장으로 의심받을 만한 행보를 했기 때문이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출장에 간 의원들은) 본회의(27일) 전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본회의 때도 ‘윤 순경’의 모습은 가감 없이 드러났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을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하려고 하자 장관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들에게까지 총동원령을 내렸다. 재의결 요건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 국민의힘 출석자가 적을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윤 원내대표의 동원령이 떨어지자 해외 출장 중이던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제외하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은 표결에 참석했고 양곡관리법은 최종 부결됐다. 윤 원내대표는 주변에 “당론으로 정했으면 현직 장관도 참여하는게 당연하다”며 “(민주당보다) 적은 의원 수지만 하나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대출 정책위의장, 윤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연합뉴스


윤 원내대표는 앞으로 ‘공부하는 정당’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민감한 이슈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책 현안에 대해 공부가 돼 있어야 한다”며 주1회 정책 워크숍을 공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재옥 원내 사령탑 체제가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주가 안 됐지만 일단 여권에선 긍정 평가가 우세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당선 때만 하더라도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닌데,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할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소박한 라면 값을 주고 푸짐한 짜장면을 먹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원내대표는 메시지가 정제돼 있어 좋다”며 “중도층이 좋아할만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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