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세 분인 이 교실…5학년 지우, 비장애인 친구 생겼어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부초 5학년 영어 수업 시간. 다른 학생과 달리 김지우(가명) 군에게는 교과서뿐 아니라 태블릿 PC가 주어졌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김 군은 답이 없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어려워하는데, 태블릿 PC에서 선택지를 보여주면 대답을 잘해낸다.
교사가 영어로 "가장 좋아하는 도형이 뭔가요"라고 묻자 김 군 옆에 앉은 친구가 "너는 무슨 도형을 좋아해? 나는 사각형이 좋아"라고 물었다. 김 군은 태블릿 PC에서 동그라미 그림을 선택했다. 수업 초반엔 조용했던 김 군은 점차 주변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손을 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교대부초는 서울시교육청의 '더공감교실' 시범운영 학교다.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배우는 '통합학급'에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동시에 들어가 수업을 한다. 이날 영어 교실에는 3명의 교사가 있었다. 칠판 앞에서 수업하는 원어민 교사와 장애학생을 돕는 특수교사, 교육실무사도 있다.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을 위한 자료를 만들거나 전체 학생을 지도하고, 교육실무사는 주로 장애학생 옆에서 책을 펼치는 등 활동을 돕는다.
장애학생 10만명 넘어…“통합교육 필요”
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교육계에서는 통합교육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장애학생 학습권을 보장하라"며 "통합학급 학생 수 감축을 의무화해 장애학생 지도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교육을 경험한 장애학생·학부모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 적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지만 일반고교를 졸업한 조준원(19)씨는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조씨의 어머니 천연현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선 매일 학교에 불려가야 할 정도로 괴롭힘도 많이 당했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친구들이 이해해주는 것을 보면서 통합학급에 보내길 잘했다 싶었다”고 말했다.
비장애 학생들도 편견을 깰 기회였다는 반응이다. 비장애인 정해솔(19)씨는 “장애인 친구와 바리스타 실습 수업을 들었는데, 맛 표현이 섬세하고 레시피도 잘 기억해서 오히려 많이 배웠다“고 했다. 중학교에서 통합학급에 다닌 이현서(16)양은 “선생님이 장애·비장애를 구분하지 않았고, 친구들도 똑같이 활동하고 수업 들으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장애학생 거부감 여전…“전문 지원 인력 있어야”
현장에서는 장애학생을 위한 인력 지원 없이는 통합교육이 어렵다고 말한다. 박형민 교대부초 교사는 “혼자서 통합학급을 맡았을 땐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컸는데, (특수교사 지원을 받는) 지금은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홍정아 교대부초 교사도 “수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지루하고 힘들어 문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데, 특수교사와 협력 수업을 하면 문제 행동이 줄어들어 친구와 관계도 좋아지고,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일반 교사들의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정영철 신목고 교장은 “누구라도 장애학생의 담임을 맡을 수 있는 만큼, 교생 실습 과정에서부터 통합교육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길 교대부초 교사는 “장애학생을 처음 접하면 교사도 막막하다. 통합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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