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세 분인 이 교실…5학년 지우, 비장애인 친구 생겼어요

장윤서 2023. 4.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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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교대부초의 통합학급 '더공감교실'에서 영어 수업을 하는 모습. 장윤서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부초 5학년 영어 수업 시간. 다른 학생과 달리 김지우(가명) 군에게는 교과서뿐 아니라 태블릿 PC가 주어졌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김 군은 답이 없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어려워하는데, 태블릿 PC에서 선택지를 보여주면 대답을 잘해낸다.

교사가 영어로 "가장 좋아하는 도형이 뭔가요"라고 묻자 김 군 옆에 앉은 친구가 "너는 무슨 도형을 좋아해? 나는 사각형이 좋아"라고 물었다. 김 군은 태블릿 PC에서 동그라미 그림을 선택했다. 수업 초반엔 조용했던 김 군은 점차 주변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손을 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교대부초는 서울시교육청의 '더공감교실' 시범운영 학교다.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배우는 '통합학급'에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동시에 들어가 수업을 한다. 이날 영어 교실에는 3명의 교사가 있었다. 칠판 앞에서 수업하는 원어민 교사와 장애학생을 돕는 특수교사, 교육실무사도 있다.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을 위한 자료를 만들거나 전체 학생을 지도하고, 교육실무사는 주로 장애학생 옆에서 책을 펼치는 등 활동을 돕는다.

19일 서울 교대부초에서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태블릿 PC의 소통보조도구를 활용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장애학생 10만명 넘어…“통합교육 필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0만3695명이다. 196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었다. 전체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조기 검진으로 장애를 일찍 발견하는 데다, 학부모가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장애학생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특수교사는 1만6492명으로 법정 기준(학생 4명당 교사 1명)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모든 학교가 교대부초처럼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사를 추가로 배치하기는 어렵다. 서울에서 더공감교실 시범운영 학교는 초중고교를 합해 11곳 뿐이다. 교대부초는 장애학생을 한 학년에 한 명씩 추첨으로 뽑는데, 경쟁률이 약 60대 1에 이른다.

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교육계에서는 통합교육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장애학생 학습권을 보장하라"며 "통합학급 학생 수 감축을 의무화해 장애학생 지도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통합교육을 경험한 장애학생·학부모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 적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지만 일반고교를 졸업한 조준원(19)씨는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조씨의 어머니 천연현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선 매일 학교에 불려가야 할 정도로 괴롭힘도 많이 당했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친구들이 이해해주는 것을 보면서 통합학급에 보내길 잘했다 싶었다”고 말했다.

비장애 학생들도 편견을 깰 기회였다는 반응이다. 비장애인 정해솔(19)씨는 “장애인 친구와 바리스타 실습 수업을 들었는데, 맛 표현이 섬세하고 레시피도 잘 기억해서 오히려 많이 배웠다“고 했다. 중학교에서 통합학급에 다닌 이현서(16)양은 “선생님이 장애·비장애를 구분하지 않았고, 친구들도 똑같이 활동하고 수업 들으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장애학생 거부감 여전…“전문 지원 인력 있어야”


19일 서울 교대부초의 통합학급 '더공감교실' 1학년 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줄넘기를 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하지만 일부 학부모의 통합교육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통합교육을 하면 비장애학생 학부모의 민원 전화를 자주 받는다. 수업에 장애학생이 방해가 된다는 불만이다”고 전했다. 교사노조는 “돌봄교실에서조차 (장애학생이) 거부당하는 일이 잦다. 지역사회 아동센터에서조차 장애 학생은 거의 참여할 수가 없다”며 “지역사회도 통합돌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장애학생을 위한 인력 지원 없이는 통합교육이 어렵다고 말한다. 박형민 교대부초 교사는 “혼자서 통합학급을 맡았을 땐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컸는데, (특수교사 지원을 받는) 지금은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홍정아 교대부초 교사도 “수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지루하고 힘들어 문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데, 특수교사와 협력 수업을 하면 문제 행동이 줄어들어 친구와 관계도 좋아지고,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일반 교사들의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정영철 신목고 교장은 “누구라도 장애학생의 담임을 맡을 수 있는 만큼, 교생 실습 과정에서부터 통합교육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길 교대부초 교사는 “장애학생을 처음 접하면 교사도 막막하다. 통합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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