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거부하고 '군백기' 자처했다…BTS 닮은 60년전 美스타 [취재일기]
‘군백기’라는 말이 있다. 군대와 공백기를 조합한 용어로 입대로 인한 경력 단절 기간을 뜻한다. 20대 황금기에 이 같은 공백은 누구나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최근 병역 면탈 혐의를 받는 한 연예인이 “활동을 중단하면 인기가 날아갈까봐”라고 오열한 장면에서 그 두려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군백기는 더 큰 기회로 보답하기도 한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툭하면 회자하는 인물은 엘비스 프레슬리다. 엘비스가 1956년 첫 싱글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내고 스타덤에 올랐을 때 미국은 징병제 국가였다. 그 역시 여느 20대와 마찬가지로 입대를 최대한 미루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엘비스는 22살이던 57년에 신체검사를 받고 입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여기엔 매니저의 설득이 한몫했다. 당당하게 병역 의무를 마치면 대중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엘비스에게도 통했다.
엘비스는 특혜 없이 군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위문 공연을 하고 군 생활을 단축하는 제도도, 개인 숙소 같은 편의 시설도 거절했다. 기갑부대의 구성원으로서 남들처럼 정찰ㆍ수색 임무를 수행했고 해외 기지 주둔도 받아들여 서독에 배치되기도 했다. 그는 복무 중 어머니 별세 소식을 받아들고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집을 그리워하며 제대 날을 손꼽아 기다린 점 역시 여느 젊은이와 다르지 않았다.
엘비스와 매니저의 기대는 군 복무를 마친 60년 현실로 돌아왔다. 입대 전 반사회적 이미지로 기성세대에게 미움을 샀던 그였지만 제대하고 나서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국민 정서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 결과이기도 하다. 엘비스는 특별대우의 유혹에서 수백만 미국 젊은이들의 ‘화’를 떠올렸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원히 복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연예인’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병역기피와 연루된 스티브유와 MC몽은 다섯 손가락 안에 늘 꼽힌다.
BTS는 엘비스의 이런 확신을 이어받는 듯하다. 지난 18일 BTS 멤버 제이홉(본명 정호석)은 육군 36사단에 조용히 입대했다. 제이홉은 취재진 노출도, 별도 인사도 없이 신병교육대로 들어갔다. 앞서 입대해 7사단 교관으로 복무 중인 진(김석진)을 비롯한 멤버 전원이 그를 배웅한 게 그나마 눈에 띄는 이벤트였다. 군백기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특혜 없는 병역 의무를 당당하게 선택한 이들에게 복무 후 어떤 기회가 다시 열려있을지 기대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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