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中투자 안돼" 美, 자국기업 규제 행정명령 초읽기
한국기업 영향 불가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달 중 반도체 등 첨단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미 기업들의 대(對)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전례없는 규제를 발표할 전망이다.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한층 노골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에게도 여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미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산업 단체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내용의 대중국 투자규제 행정명령의 개요를 브리핑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말까지 해당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2월 중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간 기업에 대한 전례없는 규제'라는 논란이 내부적으로도 제기되면서 검토 과정에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공개될 행정명령에는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미 기업들이 정부에 관련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는 전면적으로 금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생명공학, 청정에너지 등 5개 분야에 대한 규제를 검토해왔으나, 현재로선 생명공학과 청정에너지 부문이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고위당직자는 "일부는 아직 마무리 단계"라면서 "중국 기술에 미국 (기업)이 투자할 경우, 일부 금지 사항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저울질해왔고 양자 컴퓨팅 및 첨단반도체에 대한 미국 사모펀드, 벤처 캐피탈의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패권 우위를 지키려는 미국은 그간 자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배제하고자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SA) 등을 지난해 잇달아 통과시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미국은 CSA 내 '가드레일' 조항을 넣어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최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명시했다. 작년에는 최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민간 기업의 대중국 투자까지 규제하고 나설 경우, 그 파장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에도 중국의 첨단기업에 대한 투자를 막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실행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었다. 여기에 올 들어 중국 정찰풍선 사태, 중국의 러시아 군사적 지원 가능성 등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세계 2대 경제대국의 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을 시, 양국 경제를 내리막길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진다.
이번 투자 규제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부문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긴장 완화, 무역관계 개선을 시사해온 시점에서 발표돼 눈길을 끈다. 폴리티코는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팀이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춘계총회에서 다소 유화적 메시지를 보였다면서 "이러한 유화적 어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 경제 주요 부문을 겨냥한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 규제 외에도 틱톡 금지 등을 추진 중이며 대중국 관세 인상도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있어서 대중국 우위를 확실히 유지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메시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앞서 백악관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이 샴보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지난주 브루킹스연구소 토론회에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분리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성장을 제한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이 때때로 중국 기업을 겨냥한 국가안보조치를 취하겠지만 이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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