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피해자에 우선매수권·낙찰대금 저리대출 검토

권민지 2023. 4. 20.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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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에 정부가 피해주택의 경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다수 피해자가 현재 거주 중인 피해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만큼 경매 낙찰대금(경락대금) 저리 대출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우선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가구 가운데 은행권 및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 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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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부처 협의거쳐 내주 발표
금감원, 강제퇴거 방지 협조 요청
공적자금 피해주택 매입은 일축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사무실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장 등과 전세사기 피해자 법률·심리상담 지원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에 정부가 피해주택의 경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피해주택 우선매수권을 피해가구에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거주 중인 주택에서 갑작스럽게 쫓겨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인 대책은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세사기 피해자 우선매수권 도입을 위해 부처 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부도임대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과 유사하게 적용하면 헌법재판소 위헌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관련부처에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부도임대주택은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아 임대주택을 건설한 사업자가 기금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임대보증금 보증가입이 거절된 후 6개월 이상 경과한 주택이다. 부도임대주택은 경매로 넘어가는데 해당 주택에 이미 거주 중인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일반 입찰자는 낙찰받을 수 없다.

다수 피해자가 현재 거주 중인 피해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만큼 경매 낙찰대금(경락대금) 저리 대출도 검토 중이다. 소송을 희망하는 피해자들도 지원한다. 원 장관은 이날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심리학회 등을 만나 각 100명의 전문인력을 지원받기로 했다. 원 장관은 “모든 피해자가 소송 비용 없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피해자의 강제 퇴거를 방지할 수 있도록 은행, 상호금융 등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 전세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에 대해 자율적으로 경매·매각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기관이 이미 채권을 제3자에 매각한 경우에는 매각 금융기관이 매입기관에 경매 유예 협조를 요청하게 된다.


다만 경매가 완전히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경매가 재개되도록 할지, 일정 조건이 만족된 후에 경매가 재개되도록 할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과 방식은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방기선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국토부, 금융위원회 등과 대책 회의를 갖고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가구 가운데 은행권 및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 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했다. 경매 유예로 4개월 이상의 기간을 확보해 신속한 협의를 마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전세사기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2년 주기로 돌아오는 전세계약의 특성상,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년 또는 4년 전 체결한 전세계약이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피해주택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원 장관은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공공매입으로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보상받는 금액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개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사기로 인한 피해를 세금으로 보상하는 데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원 장관은 “미추홀구의 경우 공공에서 매입하더라도 그 돈이 모두 선순위채권자에게 돌아간다”며 “사기범죄로 인한 피해 금액을 전체 국민이 떠안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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