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여행이 최고의 자원봉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제의 수탈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1970년대 이전까지 우리 국토는 황폐한 민둥산투성이였다.
하지만 피해 지역 상인들은 '여행이 최고의 자원봉사'라며 많은 방문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 지역이라고 해서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오히려 더 피해를 키우는 것이다.
강원도는 오는 2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여행업협회가 '지역관광 활성화'를 주제로 개최하는 관광상품 설명회에서 캠페인을 할 계획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수탈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1970년대 이전까지 우리 국토는 황폐한 민둥산투성이였다. 70년대 들어 대대적인 치산녹화 사업에 이은 꾸준한 조림으로 산은 점점 푸르게 변했다. 제대로 된 숲을 가꾸는 데 적어도 50년은 소요된다고 한다. 이렇게 애써 가꾼 숲을 화마는 하루아침에 폐허로 만든다. 국내 산불은 절반 이상이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봄철에 일어난다. 강원도 지역 대형 산불도 대부분 이 시기에 발생했다. 산불은 일단 발생하면 끄기 어렵다. 마른 잎이 쌓인 곳에 불씨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발화하고 걷잡을 수 없게 번진다.
인재이거나 천재이거나 화재 발생 원인이야 다르겠지만 강원도 지역 산불의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양간지풍(襄杆之風)이 꼽혔다. 주로 봄철에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강풍이다.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이 배치된 가운데 영서지역에 발생한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하층의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 동쪽 급경사면을 타고 영동지역으로 빠르게 내려오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에도 양양, 강릉, 삼척 일대에 산악지역과 민가를 모두 태우는 봄철 대형 화재가 자주 발생했음이 기록돼 있을 정도다.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위주의 단순림도 피해를 키웠다. 불이 붙은 나뭇가지나 솔방울이 불기둥과 함께 상승한 다음 강풍을 타고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의 위력이 가공할 만했다. 불씨를 품은 솔방울은 강풍을 타고 최대 2㎞까지 날아가는 ‘도깨비불’이 됐다.
지난해 3월 사상 최대 피해를 기록한 울진·삼척 산림화재로 2만㏊ 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최근 발생한 강릉 지역 산불도 적지 않은 피해를 남겼다. 주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축구장 면적 530배에 이르는 산림(379㏊)을 태웠다. 재산 피해액이 15개 분야에서 약 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차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화마를 피한 지역에도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관광객 발길도 뜸해져 주민들은 산불 피해와 상권 침체의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 강릉 경포 일원과 인근 대형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예약 취소율이 20∼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성수기 장사는 물건너 가게 돼 더욱 참담하다. 피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망연자실해 하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그 지역으로 여행 가는 것이 미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 지역 상인들은 ‘여행이 최고의 자원봉사’라며 많은 방문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 지역이라고 해서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오히려 더 피해를 키우는 것이다. 여행객들이 와 줘야 지역경제가 돌아가고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도 앞당겨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한국관광공사 등이 여행객 유도를 위한 ‘가자! 동해안으로!’ 캠페인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는 오는 2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여행업협회가 ‘지역관광 활성화’를 주제로 개최하는 관광상품 설명회에서 캠페인을 할 계획이다. 참석한 여행업체를 대상으로 산불 피해 지역으로의 여행을 당부하고, 관련 상품 개발을 호소할 예정이다. 강원도관광재단은 아리바우길 걷기 챌린지를 통해 강릉 산불 피해 지역의 관광 활성화 지원에 나섰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한다. 직접 가서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폐허가 된 땅에 희망의 꽃을 피우고, 착한 소비는 피해 주민들의 상처를 더 빨리 아물게 할 수 있다. 다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 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러고 애들을 가르쳐?”…충격적인 사범대 쓰레기통
- “건들지 말았어야지”…학부모에게 협박 편지 보낸 교사
- [속보] 송영길 “22일에 말하겠다”…귀국 입장 안 밝혀
- 교수는 황제, 학생은 궁녀 “오늘 밤 수청을 들어라”
- 다 마신 콜라, 뚜껑 열자… 얼음만한 바퀴벌레 ‘꿈틀’
- ‘표예림 학폭’ 가해자 넷, 유튜브에 박제…직장 잘렸다
- “JMS 미모의 女신도, 나체 석고상”…엽기 성착취 폭로
- “공연 전 말다툼”…남편 손 놓친 中곡예사 아내 추락사
- 숙소 물 120t 쓴 中부부… “예약 취소 거부에 복수”
- 베트남 클럽서 이 풍선 조심…10대 소녀 반신불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