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넘나드는 크리에이터들… 좋은 콘텐츠 위한 ‘합종연횡’

‘수리남’은 카카오엔터와 넷플릭스
솔로지옥·좀비버스 등도 협업 산물
“수익 배분, 저작권 문제 과제 있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영화사월광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수리남’(왼쪽)과 디즈니 플러스가 공개하고 극본 집필은 카카오엔터 산하 바람픽쳐스 소속 김루리 작가가 맡은 드라마 ‘레이스’.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제공

K콘텐츠가 날개를 달고 전세계로 뻗어가면서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을 넘나들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합종연횡’이다.

지난해 하반기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1위에 올라선 ‘수리남’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영화사월광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했다. 남미의 국가 수리남에서 평범한 사업가 강인구(하정우)가 한국인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을 체포하기 위한 비밀 작전에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 스릴러물이다. 윤 감독은 원래 이 작품을 영화로 제작하려고 했다. 보다 풍성한 내용을 담기 위해 드라마로 방향을 틀고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지난 연말 방영된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은 카카오엔터 소속 김민종 PD가 연출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은 MBC 소속 장호기 PD가 넷플릭스에 직접 제안서를 전달하면서 탄생했다. K예능의 대표 성공작인 넷플릭스 ‘솔로지옥’은 JTBC 소속 김재원·김나현 PD가 연출했다. 올 3분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는 카카오엔터 소속 박진경 PD가 연출을 맡았다. 웨이브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수사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도 SBS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맡아온 배정훈 PD가 만들었다.

타 플랫폼과의 공동제작이나 크리에이터 영입·육성에 가장 열을 올리는 건 카카오엔터다. PD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사, 작가 등 크리에이터 집단을 산하에 두고 거대한 멀티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했다.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면서 카카오엔터 미디어 부문의 해외 매출액은 2021년 618억원에서 이듬해 1052억원으로 70%나 증가했다.

카카오엔터 산하 바람픽쳐스 소속으로 SBS 드라마 ‘하이에나’로 데뷔한 김루리 작가는 다음 달 10일 디즈니 플러스에서 드라마 ‘레이스’를 선보인다. ‘레이스’는 열정 넘치는 대행사 직원 박윤조(이연희)가 단짝인 류재민(홍종현)이 다니는 대기업 홍보실에 취직하면서 성장해가는 오피스 드라마다. 카카오엔터의 크리에이터그룹 글LINE 소속 선영 작가는 지난해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을 집필했다. 이는 JTBC에서 방영됐다.

연내 넷플릭스 공개 예정인 시리즈물 ‘경성크리처’는 카카오엔터 산하 글앤그림미디어가 제작을 맡았다. 시대의 어둠이 짙었던 1945년의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크리처 스릴러다. 이정재 감독의 첫 연출작인 영화 ‘헌트’는 사나이픽처스와 카카오엔터가 힘을 모아 탄생했다. 카카오엔터는 2019년 사나이픽처스를 인수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K콘텐츠는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상파, 종편 역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다른 플랫폼과 협업을 통해 방송 시장의 침체를 돌파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카카오엔터와 같이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다수 보유한 경우 수익 배분, 저작권 문제를 잘 풀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