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리베이트 창구 ‘간납사’, 이대로 둘 건가
최근 한 유명 관절·척추 병원장에 대해 의료기기 간접납품업체, 이른바 ‘간납사’를 통한 리베이트 수수와 ‘1인 1개소법’(2개 이상 의료기관 개설 금지) 위반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도 같은 내용의 진정이 접수돼 사실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납사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소모품 등 납품 과정의 중간 단계에서 통행세 성격의 수수료를 취하는 회사를 말한다. 국내 상당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비용·인력 절감을 이유로 이런 간납사를 두고 있다. 문제는 병원 운영자가 실소유자인 일부 간납사들이 리베이트 제공 목적으로 과도한 중간 마진을 챙긴다는 점이다. 도매업체의 통상 마진율은 5% 미만이지만 이들은 훨씬 많은 20~30%의 이윤을 남긴다. 주로 병원·학교 재단이 직영하거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간납사들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특히 병원장의 가족·친인척을 내세운 간납사는 겉으론 정상 도매업체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 재고 관리나 영업 등의 제 역할은 하지 않고 납품 거래를 독점하며 통행료를 수취하거나 실제 업무와 무관한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이렇게 챙긴 이윤은 ‘주머닛돈이 쌈짓돈’이어서 사실상 병원장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인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의료기기 유통 과정의 불합리성과 간납사 횡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조사 결과 국내 간납사 3곳 중 1곳이 병원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료기기 공급사에 과도한 납품가 할인을 요구하거나 납품대금 지급 연기 등 각종 갑질을 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의료법과 의료기기법은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을 금지한다. 위반 시 제공자와 받은 사람 모두 처벌된다. 최근 여러 판결에서 도매업체의 통상 마진율을 초과하는 간납사의 중간 마진은 리베이트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하나 짚어볼 것은 간납사가 의료법상 ‘1인 1개소 개설’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중복 개설의 경우 각 의료기관으로부터 경영수익을 취하는 것이 불법이므로, 이를 가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간납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기관의 개설 명의자는 달라도 대표 원장이 실소유주인 간납사로부터 의료용품을 독점 납품받는 경우 결국 간납사를 통해 복수의 병원을 지배하는 중복 개설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간납사와 병원의 검은 연결고리는 환자 치료비를 올리고 건강보험 재정에 압박을 줘서 종국에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간납사가 납품하는 의료기기 등은 적절한 가격 경쟁을 통해 선정된 것이 아니라 리베이트 지급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최고가를 공급가액으로 정하게 된다. 결국 부풀려진 가격은 비급여 진료인 경우 환자가 다 내야 하고 급여 진료라면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해야 한다.
의료기기 간납사의 고질적인 병폐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법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의 경우 약사법에 간납사의 비리와 횡포를 어느 정도 규제할 규정이 있다. 하지만 특수관계인 간납사 운영 금지, 대금 결제기한 강제규정 마련, 3년마다 불공정거래 실태조사 등이 담긴 의료기기법 개정안은 3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번 관절·척추 병원장의 간납사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와 정부 조사가 철저히 이뤄지고 위법 행위가 밝혀지면 엄벌해야 함은 당연하다. 일각에선 추가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나 경찰 수사 의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병원과 간납사 간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촉구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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