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손봉호 (3) 산수 기호를 한문 숫자로 오인… 1+1=14로 풀어 매번 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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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4월에 입학시험에 합격해서 기계국민학교에 입학했는데 해방이 된 8월까지 교실에 앉아 공부한 기억은 없다.
한문을 배운 덕으로 3학년때 까지는 +는 10, -는 1, =는 2라고 이해해서 1+1=14란 식으로 이해했으니 0점 받는 것이 당연했다.
어쨌든 그들 글자가 한문 숫자가 아니라 산수 부호란 것을 알고부터는 산수에도 100점을 받아 4학년 때부터는 학급에서 늘 1, 2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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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 기호 배우는 날 학교 결석한 탓에
더하기, 빼기, 등호 등 기호 이해 못해
1945년 4월에 입학시험에 합격해서 기계국민학교에 입학했는데 해방이 된 8월까지 교실에 앉아 공부한 기억은 없다. 일본군용 목탄차 연료로 쓰이는 솔방울을 줍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해방이 되자 한글을 아는 교사가 한 분도 없어서 교회에 다녔던 4학년 학생(후에 신학을 공부해서 목회자가 된 고 박석규 목사님)이 전교생과 교사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일제 강점기에도 교회에서는 한글로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불렀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한글에 능통했다. 얼마 후에는 면사무소 추천으로 우리 어머니도 동네 아낙네들을 모아놓고 한글을 가르치셨다.
어쨌든 우리가 한글을 잘 배웠는데도 읽을 책이 없었다. 우리 어머니도 ‘임진록’이라는 필사본 소설 한 권밖에 가지신 책이 없었고, 그 책을 하도 여러 번 읽으셔서 몽땅 외우실 정도였다. 어떤 학생이 어쩌다가 한글로 된 동화책이나 만화책 한 권을 구하면 전교생이 돌려 읽을 정도로 책에 목말라 있었다. 얼마 후 처음으로 교과서가 배부된 날 나는 산수 책을 포함해서 모든 책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날 밤에 다 읽어버렸다.
갑자기 들이닥친 해방으로 학교는 상당기간 갈피를 잡지 못했고 학부모들은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몰랐으므로 모심기, 타작 등 집에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결석했다. 그러나 짬짬이 할아버지로부터는 천자문을 배우고, 아버지에게 한문 배우러 오는 동네 청년들 뒤에 앉아서 동몽선습(童蒙先習), 계몽편(啓夢扁), 명심보감(明心寶鑑) 등 옛날 서당에서 사용했던 한문 교과서를 같이 배웠다.
그런데 학교 성적은 엉망이었다. 3학년 때까지는 전 학급에서 꼴찌였는데 산수 과목에서 계속 0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부모님도 성적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셔서 꾸짖지 않으셨고 나도 왜 산수를 그렇게 못하는지에 별로 애달아하지 않았다. 4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 -, = 등이 더하기, 빼기, 등호란 것을 알았다. 한문을 배운 덕으로 3학년때 까지는 +는 10, -는 1, =는 2라고 이해해서 1+1=14란 식으로 이해했으니 0점 받는 것이 당연했다. 아마 산수 기호를 배우는 날에 결석했던 것 같다. 한 학급에 학생이 거의 70명이나 되었으니 담임교사도 나의 산수 0점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들 글자가 한문 숫자가 아니라 산수 부호란 것을 알고부터는 산수에도 100점을 받아 4학년 때부터는 학급에서 늘 1, 2등이 되었다. 늘 꼴찌였던 녀석이 갑자기 1등이 되니까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와이로(뇌물)’ 준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부모님은 꼴찌였을 때도 꾸짖지 않으셨지만 1등이 되었을 때도 칭찬하지 않으셨다. 옛날 서당에는 1등, 2등 같은 것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공부하란 말씀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덕으로 공부는 나 자신의 몫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아들, 딸, 손녀들에게 일찍 자라고만 했지 공부하란 소리는 거의 하지 않았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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