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설거지를 즐겁게 하는 법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식후 설거지는 귀찮은 일이다. 단순 노동처럼 보이는 설거지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 과학적 사고를 이해하면 된다. 예컨대 수도꼭지를 세게 틀면 설거지가 더 잘 될 것 같지만 사실 센 물살은 식기 세척에 매우 비효율적이다. 유체역학에 ‘미끄럼 없는 경계조건’이란 것이 있다. 설거지로 풀이하자면, 물살을 아무리 세게 해도 식기 표면에서의 유속은 제로다. 즉, 물이 정지한 상태라는 뜻이다.
믿기 힘들겠다면 거실 선풍기나 식당 환풍기의 날개를 보라. 아무리 빨리 돌아도 날개 표면의 공기는 고요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에 먼지가 쌓이게 된다. 설거지도 마찬가지다. 물살이 그릇에 닿을 때 큰 음식물은 수압에 밀려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식기 표면에 달라붙은 작은 음식물 찌꺼기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식기를 그냥 물에 담가두는 것과 별 차이 없다.
헹굴 때도 마찬가지다. 수돗물을 틀고 식기 표면의 세제를 씻어내려고 할 경우 흘러내린 물 대부분은 설거지에 도움이 안 된다. 하수구로 빠져나갈 뿐이다. 이때 수세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수세미는 유체가 아닌 고체라 미끄럼 없는 경계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수세미로 문지르는 힘이 식기 표면의 음식물에 그대로 작용한다.
정답이 나왔다. 헹굴 때 졸졸졸 나오는 물에 비누기 없는 수세미로 살살 문지르는 것이 센 물살을 트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수세미가 없는 절수형 식기 세척기는 어떻게 물을 적게 쓰며 설거지를 잘할까. 높은 수온과 세척기용 세제 때문이겠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물을 뿌리는가이다. 세척기는 물을 흩뿌린다. 이때 사용되는 힘은 물과 공기의 경계가 만드는 표면장력이다. 표면장력은 우리가 수영장에서 배치기로 뛰어들 때 순간 찰싹하는 고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설거지하면서 유체역학과 표면장력까지 고려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절수와 두뇌운동에 분명 도움이 된다. 설거지도 ‘식후락(食後樂)’이 될 수 있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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