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무가내 야당과 무능 여당이 불러온 ‘제3지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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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층 급증 속 금태섭 등 “수도권 30석 신당 추진”
공생 구조 바꾸려면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등 필요
“더불어민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희망의 등대이고,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대표가 등불일 겁니다.”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측이 18일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런 표현이 나왔다. 거대 양당이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의 잘못에 기대 공생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토론회에서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 양당의 편 가르기 정치와 교착을 깰 수 있다”며 내년 총선 ‘수도권 30석’을 목표로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제3지대론이 선보인 것은 여당과 야당 모두 싫다는 유권자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지난 11~13일)의 조사 결과 무당층은 29%에 달했다. 민주당 36%, 국민의힘 31%인 정당 지지율과 큰 차이가 없다. 우선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여당 시절 밀어붙인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정권을 놓쳐 놓고도 막무가내식 법안 강행을 반복하고 있다. 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 올인하는가 싶더니 최근엔 ‘돈봉투 의혹’으로 도덕성의 뿌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정부·여당은 정책 역량 부족과 인사 난맥 등으로 정권 교체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20~30%대로 낮은 동반 위기를 겪고 있다. 당 내홍 끝에 새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지도부 인사들의 설화가 터져 나오고, 전광훈 목사 등 외부 극렬 세력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양당 모두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는 혹평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참신한 세력을 갈망하는 유권자가 꽤 있더라도 제3지대가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제3지대는 지역 기반이 있거나 대선주자급 인물이 중심이 됐을 때 힘을 받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으로 흡수된 것처럼 과거 제3지대는 결국 거대 정당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에 그친 경우도 많았다. 당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행보를 고민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여야는 시대에 뒤처진 고인 물로 남았다가는 한꺼번에 휩쓸려 갈 수 있다는 경고를 유념해야 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노태우 정부의 3당 합당과 김대중 정부의 DJP 연합 이후 보수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 균형이 유지돼 오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역사 청산으로 해체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인물을 중심으로 수준 낮은 적대와 혐오를 이어가는 현실을 개탄했다. 정치 구조를 바꾸자는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과 다양한 정치 세력의 출현을 돕는 선거제도 개편 등을 주문하고 있다. 양당이 개혁은 모른 체하고 제자리에 머문다면 지친 민심은 미래지향적 세력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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