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 ‘개장 축포’ 100년 된 날…오타니도 쐈다

김효경 2023. 4. 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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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오타니. 베이브 루스가 양키 스타디움 개장 경기 홈런을 친 지 꼭 100년 만이다. [AP=연합뉴스]

‘21세기의 베이브 루스’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홈런을 쳤다. 루스가 이 구장에서 첫 홈런을 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오타니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양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출전, 1회 초 첫 타석에서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양키스 선발 클라크 슈밋이 던진 스위퍼가 가운데로 몰리자 오타니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오타니는 시즌 4호 홈런 포함, 3타수 1안타(2타점 2득점) 1도루로 활약하면서 에인절스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은 100년 전 루스가 새롭게 문을 연 양키 스타디움에서 첫 홈런을 친 날이었다. 폴로 그라운드를 안방으로 쓰던 양키스는 1923년 양키 스타디움으로 구장을 옮겼다. 루스는 개장 경기로 펼쳐진 1923년 4월 19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다만 루스와 오타니가 홈런을 친 경기장은 엄밀히 따져 ‘이름만 같은 곳’이다. ‘루스가 지은 집’이란 별명을 가진 옛 양키 스타디움은 2008년까지 사용되다 철거됐다. 김병현이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맞은 그곳이다. 현재 쓰는 구장은 바로 옆에 과거 양키 스타디움 모양을 본따 지은 신구장이다.

AP통신은 “오타니는 루스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첫 홈런을 친 뒤 딱 100년이 되는 날에 신(新) 양키 스타디움에서 홈런을 날렸다. 오타니는 루스 이후 가장 유명한 투타 겸업 선수”라고 전했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1895~1948)는 투수 출신이다. 191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할 당시엔 촉망받는 왼손 투수였다. 당시엔 지명타자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루스는 투타를 겸업했다. 워낙 타격이 뛰어나서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날엔 외야수로 나섰다. 이후 양키스로 이적한 뒤엔 타격에 집중했다. 투수로는 통산 94승을 올렸고, 타자로는 통산 659홈런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2013년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 입단 당시부터 투타를 겸업하면서 ‘이도류(二刀流)’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본을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할 당시에도 투타 겸업을 최우선 조건으로 요구했다. LA 에인절스가 이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계약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타니는 과거 루스가 세운 기록에 도전하면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MLB 역사상 단일 시즌 100이닝-200타석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루스와 오타니 뿐이다. 두 자릿수 승리-두 자릿수 홈런 기록도 루스 이후 104년 만에 달성했다. 올 시즌에는 4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0.86을 기록하는 한편 타격에선 타율 0.300, 4홈런 11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그러나 루스의 또 다른 후계자로 꼽히는 뉴욕 양키스의 홈런 타자 애런 저지(31)는 침묵했다. 저지는 지난해 루스와 로저 매리스에 이어 ‘청정 타자’로는 역대 세 번째로 60홈런 고지를 밟았다. 덕분에 투타에서 활약한 오타니를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홈런은커녕 안타도 치지 못했다. 3타수 무안타 1타점. 공교롭게도 오타니가 터뜨린 홈런 타구는 우익수 저지의 머리 위로 넘어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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