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야기 지어낼 때, 인간이 서로를 쏘게 할 수도”
“저는 어렸을 때 침대 밑에 괴물이 있는 줄 알고 한밤에 엄마를 부르며 울곤 했어요. 이게 다 역사 때문, 수십만 년 전의 기억 때문입니다. 인류가 야생에 살 때 실제로 괴물이, 사자가 잡아먹으러 왔을 때 ‘엄마’라고 부를 수 있으면 (도움을 받아서) 살고 아니면 잡혀먹혔겠죠.”
역사학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47·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우리의 감정이나 느낌도 역사에서 온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청소년 눈높이에서 인류 역사를 풀어가는 신간 『멈출 수 없는 우리』(원제 ‘Unstoppable Us’, 김영사·사진) 발간에 맞춰 19일 영상 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전 4권의 이 시리즈는 1권 ‘인간은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을까’에 이어, 매년 한 권씩 나온다.
책에서도 그랬듯, 그는 “아프리카 사바나의 보잘것없는 존재”였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힘을 “대규모 협력을 유연하게 해내는 능력”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설명했다. 여기서 이야기란 종교나 신화만이 아니다. 그는 “종이(지폐)에 가치를 부여하고 믿게 한 것도 이야기”라고 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만드는 존재는 인간뿐이었죠. 그런데 AI(인공지능)가 우리 이야기를 모방하는 것을 넘어 새 이야기를 창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AI가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군대도, 총도 필요 없다”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 인간이 서로를 쏘게 하면 된다”고 했다.
챗GPT 같은 새로운 AI의 등장 이후 그는 뉴욕타임스 기고문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드러내 온 터. 그는 “정말 쇼크였다”며 “AI 연구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신약을 개발했다고 바로 사회에 풀 수는 없습니다. 다년 간 장·단기적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죠. AI뿐 아니라 강력한 기술적 도구가 나왔을 때, 그 안전을 점검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합니다.”
그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사회를 양극화하고 분노·증오·공포를 퍼뜨리는데, 우리는 그걸 규제할 시점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AI는 훨씬 강력합니다. 인간어를 사용하니까 아이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죠. 이를 통해 물건을 사게 할 수도, 정치적·종교적 관점을 갖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챗GPT가 교육에 필요한지는 모르겠다”면서도 “AI가 교육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정보를 배웠죠. 지금은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지, 믿을 만한 소스에서 나온 것인지, 음모론이나 가짜뉴스에서 나온 것인지 가려내는 능력이, 그리고 조각 정보를 모아서 세상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는 장차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또 하나 배워야 할 핵심 기술은 계속 학습하고 계속 변화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역사가 도움될 겁니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어떻게 변화가 이뤄졌는지를 공부하는 겁니다.”
신간 제목에는 인류에 대한 양면적 시각이 담겼다. “지구의 어떤 동물도 인간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우리 힘은 강력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자신을 멈출 수 없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는 아무리 먹어도 배고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지금 인간은 아귀 같아요. 세상을 집어 삼켜도 만족하지 않고 우리뿐 아니라 세상을 위험에 빠뜨렸죠”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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