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와 참매는 어쩌다 이곳에 왔을까?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하루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근무 중인 신다혜 재활관리사와 오예은 수의사는 ‘해가 밝을 때’ 집에 가 본 적 없다. 해가 긴 여름에는 구조 동물이 많아서, 겨울에는 또 해가 짧아서. 지자체와 환경부에서 지정한 전국의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19개소. 총 11명이 근무하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그중에서 연간 2000마리가 넘는 동물을 구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곳 중 하나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함야함야’에 올라온 새끼 삵 영상을 통해서다. 세상에는 ‘심장을 뿌시는’ 귀여운 동물 영상도 ‘훈훈한’ 영상도 많지만 새끼 삵을 담으면서도 ‘영상이 끝나고 난 뒤에는 소유하고 싶은 마음보다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상 깊었다. 콘크리트 농수로에 갇힌 고라니를 구조하기 위해 달리고, 도로 방음벽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물까치와 개똥지빠귀, 새매의 모습을 담은 현장 구조 영상을 보며 자연스럽게 응원을 보내게 됐다.
신다혜 재활관리사의 말이다. 전국에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고작 2000년대 중·후반의 일. 센터의 ‘존재 유무’ 자체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실제로 데이터도 유의미하게 변화했다. 2021년에는 2082마리, 지난해에는 2525마리가 구조됐다. 열심히 신고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신다혜 재활관리사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자리한 공주대학교 특수동물학과를 졸업했다. 일은 2018년부터 시작했다. 오예은 수의사는 반려동물만 치료하는 수의사는 되고 싶지 않았다. 보호자가 있는 반려동물과는 달리 야생동물은 스스로 보호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생명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2021년 4월 이곳에 왔다. 물론 녹록지 만은 않다.
다친 동물들의 현실을 매일 마주하며 일하는 건 괴롭지 않을까? 두 사람은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 거리를 두는 일의 불가피함을 잊지 않는다. 센터 내에서 ‘배은망덕’이 긍정적인 표현으로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 끼를 먹이고, 대소변을 받아가며 키워낸 새끼 삵들이 ‘하악질’을 해도, 방생되는 수달이 뒤돌아보지 않고 헤엄쳐가도, 이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흐뭇할 뿐이다. 신다혜 재활관리사는 말한다.
한편 오예은 수의사에게 40%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간다.
조금씩 변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힘이 된다. 예전보다 위험에 처했거나 다친 동물을 봤을 때 어딘가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 그러나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도 개인의 구조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식 부족으로 영양 불균형이 오거나 심한 경우 신체 일부에 기형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 귀여운 겉모습이나 유튜브 영상에 끌려 야생동물을 구조한 개인이 불법으로 키우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개체에 대한 인식 차이도 있다.
“고라니는 유해하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왜 구조하냐는 분도 계세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고라니는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거든요. 국내에서도 지형이나 이해관계 등의 기준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만 유해종으로 지정돼 있고요. 유해동물이든 멸종위기종이든 법정보호종이든 다 똑같은 생명의 무게로 구하자. 이것이 저희 센터의 취지예요.”
신다혜 재활관리사는 말을 이어 나간다.
아찔했던 기억이다.
예산은 넉넉지 않다. 그렇다고 동물의 먹이를 줄이거나 치료 소모품, 재활에 필요한 용품을 아낄 수 없는 상황. 환경부와 충남도청에서 기본적으로 예산을 집행받고, 부족한 부분은 기부금이나 기부물품으로 충당하며 꾸려가는 중에 좋은 소식도 있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교육관과 전시실을 새롭게 정비하고, 대형동물재활비행장과 외래종 4종을 보호하는 외래동물 임시수용소를 최근 설립하게된 것.
서산에 자리한 버드랜드와 협업한 재활치료센터도 출발을 알렸다. 이곳에서는 야생동물의 재활 과정을 견학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한국의 많은 동물원과 체험식 테마파크가 동물 보호나 인식 개선에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의미 있는 한 걸음이다. 다른 기관과의 교류도 미미하지만 꾸준하다.
오예은 수의사는 말한다.
가까이에서 동물을 지켜보는 만큼, 야생동물의 어떤 매력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냐는 물음에 두 사람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오늘 센터에서 만났던 수리부엉이는 지금은 나뭇가지 위에서 밤이 깊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운 애정을 받고 떠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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