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플러스] 경북도 산불과의 전쟁… ‘지자체 페널티’ 대신 포상 확대

김재산 2023. 4. 1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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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이 2월 28일 경북 예춘군 풍양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오죽했으면 ‘산불 페널티 정책’까지 들고 나왔겠습니까?”

경북도가 산불이 많이 발생한 시군에 재정 불이익을 주겠다며 지난달 이른바 ‘산불 페널티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혀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북도는 산불이 많이 발생한 시군에 예산 불이익을 주기로 하고 지난 1월부터 5월 15일까지 평가를 실시, 하위 3개 시군은 중앙정부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한 전환사업의 시군비를 10% 더 부담하도록 했다. 또 신규 사업은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게 했다. 반면 우수한 평가를 받은 상위 5개 시군에는 특별조정교부금을 2억원씩 지급할 계획이었다.

경북도가 이같은 대책을 내놓자 공무원 노조가 강력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북본부는 지난달 30일 “경북도가 밝힌 산불 발생 시군에 예산 페널티 정책이 탁상공론”이라며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경북도가 산불 발생에 대한 행정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산불 발생 시군 대상 재정 조치 운영계획을 발표했다”며 “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특단의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시군 예산상 상벌로 줄세우기라니 참 답답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근본적인 조치가 무엇인지 연구 용역을 시행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재 대책을 세우는 것이 경북도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는 지난 13일 ‘산불 페널티 정책’을 철회하고 대신 산불 예방 우수 시군에 대한 포상을 확대하는 것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산불 조심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15일까지 지난해보다 산불이 확연히 줄어드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우수 시군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평가 하위 시군에 대한 재정 불이익은 주지 않기로 했다.

한 발 물러났지만 산불방지를 위한 경북도의 의지는 한결같다. 산불로 인한 피해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3일 영주시 박달산 산불 현장에서 진화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산불 발생 증가에 따라 지난 3월 8일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방지를 위한 불법행위 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산림보호법’과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허가된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닌 곳에서 폐기물을 소각하는 자, 산림 인접지역 불법 소각하는 자, 입산통제구역·폐쇄등산로 무단 입산 및 인화물질 소지자 등은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이같은 사항을 위반해 산불이 발생한 경우 피해산림의 복구비용과 진화 비용 및 공익적 기능 손실액 등 모든 비용에 대해 실화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상북도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경북의 산불은 총 115건이 발생했고 1만7408.82㏊의 산림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지난해 3월 4일 발생해 진화 시간만 무려 213시간43분이 소요된 울진산불의 피해 면적은 1만6301.97㏊로 역대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됐다.

올해 경북도에 발생한 산불은 행정명령 발령일(3월8일) 이전까지 66일 동안 38건으로 하루 평균 0.57건이었으나, 행정명령 발령일 이후 지난 17일까지 40일 동안은 21건, 하루 평균 0.52건으로 9.1% 정도 감소하는 추세였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가 27%, 쓰레기 소각 13%, 논밭두렁 소각 18%, 담뱃불·성묘객 실화가 8% 등 전체 발생원인 중 대부분이 사소한 부주의와 실수에 의한 것으로 지적된다.

불법소각 단속 강화로 과태료 부과는 늘어났다. 3월 7일까지 59건(1일 평균 0.89건)이었으나 행정명령(3월 8일) 이후 40일간은 131건(1일 평균 3.27건)으로 3.7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 부과 건수가 늘어나니 산불 발생 건수는 당연히 줄어든 것이다. 이런 가시적인 효과 때문에 경북도는 행정명령을 발령하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산불 페널티 정책까지 시행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북도는 행정명령에 따른 불법 소각행위 근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산불지역 책임관’과 ‘산불 기동단속반’을 통한 계도와 엄정한 단속도 병행 시행하고 있다. 도 본청 사무관들을 도내 235개 읍면 산불관리를 책임지는 ‘산불지역 책임관’으로 지정해 산림인접지역 논밭두렁, 영농부산물, 쓰레기 등 불법소각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입산통제구역 및 폐쇄 등산로 무단입산, 인화물질 소지 등 위법행위도 단속하는 적극행정을 펼치고 있다.

산불 발생 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도는 전국 최초로 ‘119 산불특수대응단’을 신설했다. 이들은 주로 헬기를 동원할 수 없는 야간에 산불의 불머리에서 시군 소속 산불예방진화대원과 공조해 산불이 확산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한다.

올해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영주시 평은면 산불은 산림 210㏊가 불탔지만, 하루가 지나기 전인 18시간 만에 주불을 잡아 더 큰 피해를 막는 데 성공했다. 반면 충남 홍성 산불과 대전-금산 산불은 50시간이 넘어서야 진화됐고, 전남 함평과 순천 산불도 24시간을 넘겨서야 가까스로 불길이 잡혔다.

경북도는 산불 예방과 진화를 위한 ‘이철우식 특단의 조치’들을 실시하고 있고 성과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사는 “산불 취약계층과 각급 학교 등을 대상으로 산불예방교육과 홍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앞서야 할 것은 국민 의식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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