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애널리스트가 바라본 바이오株 “하반기 더 좋다…‘ADC’ 바이오 성장동력”
2023년 들어 꽁꽁 얼어 있던 바이오업계 투자 심리에 온기가 감돈다. 일각에서는 2차전지, 반도체 상승세가 끝나면 저평가 매력이 높아진 바이오로 수급이 강하게 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낙관론을 피력한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성장성은 그대로인데 주가만 떨어진 바이오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시작으로 매력 부각
증권가는 2차전지와 반도체를 이을 다음 타자로 제약·바이오 테마를 주목한다. 제약·바이오 업종 수급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2023년 이후 기관의 제약·바이오 업종 누적 순매수 규모는 50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자금 역시 최근 환매수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업종별 수익률 측면에서도 제약·바이오 지수 수익률은 연초 -5.8%로 소재, IT, 경기 관련 소비재 등에 밀려 하위권이었다. 최근 1개월간 지수 수익률은 1.66%로 소재, IT에 이은 ‘톱(Top) 3’로 올라섰다.
제약·바이오주 대장주 격인 ‘셀트리온그룹’을 업종 반등의 열쇠로 꼽은 이동건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제약·바이오 지수 반등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 기대감 확대가 반영됐다”며 “1분기 실적 발표 기간과 5월 유플라이마(성분명 아달리무밥) 미국 허가 전후인 4월을 기점으로 반등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통 제약 업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것도 낙관론 근거다. 특히 상위 6개 제약사의 지난 4년간(2018~2022년) 합산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6.4%, 올해는 평균 7.2%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성장성은 그대로인데 밸류에이션만 떨어진 터라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오병용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약 업종 밸류에이션은 역사상 최하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며 “상위 6개 제약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은 약 23배 수준까지 하락했는데 이 수치는 최악의 시기였던 2016년 12월, 2020년 3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의미한 이벤트’가 많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우선 글로벌 헬스케어 업종 반등 현상이다. 교보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S&P500 헬스케어지수가 4월 3.1%를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 -0.1%를 웃돌았다.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 이후 지수를 지속적으로 밑돌았던 제약·바이오 업종에 순환매 관점의 수급이 유입됐고, 이외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주가 반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애널리스트는 현재 제약·바이오 업종 내 단기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로 ▲셀트리온 3사 합병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론칭 ▲AACR ▲마이크로바이옴 ▲금리 하락 등을 꼽았다.
대형 바이오는 하반기 R&D 성과
신중론을 펼치는 바이오 애널리스트도 있다. 바이오주의 매력도나 투자 심리가 확실히 개선되고 있으나 유동성 위기, 주식 시장의 불안정 등 부정적 요인에 따라 바이오주에 대한 눈높이가 예전보다 냉정해졌다는 평가다. 이에 임상 진행 상황 등 지엽적인 장점으로 주가가 형성되는 양상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현수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바이오 밸류에이션의 매력도는 높아졌다”면서도 “수급 이외 대형 기술 이전과 유의미한 임상 결과 발표, 최종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블록버스터 약물 출시까지 이어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 반등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 바이오 업체 실적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하반기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 개화된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하반기로 갈수록 바이오 섹터 내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이슈가 많아 지금보다 주가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망 분야
ADC가 가장 많아…비만 치료제도 주목
매경이코노미가 바이오 애널리스트 6명에게 ‘유망 바이오 기업’을 물어본 결과, 6명 중 4명이 ADC(항체·약물접합체)를 언급했다. ADC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방식의 암 치료법이다. 암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와 암을 죽일 수 있는 세포 독성 약물(페이로드)을 링커(Linker)로 결합해 암세포에만 효과적으로 독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ADC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9조원을 넘어서며 국내외 제약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위탁생산에 착수했다. 화이자는 최근 ADC 대표 기업 시젠(Seagen)을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정유경 애널리스트는 “ADC는 밸류체인상의 사업 유형을 가리지 않고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라고 평가했다.
비만 치료제를 꼽는 전문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할 때 큰 시장이 열리고, 화이자나 모더나와 같은 스타 기업들이 탄생하는 것처럼 지금은 GLP-1을 이용한 비만 치료제가 각광받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GLP-1 호르몬은 혈액을 타고 이동하며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떨어뜨린다. 제약 기업들이 줄줄이 GLP-1을 활용해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GLP-1 비만 치료제가 개발되면 1주 1회 주사로 20%가 넘는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고지혈증, 고혈압까지 포함한 거대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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