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불안한 바이오…무더기 CB 역풍에 기술특례 ‘극한 불신’
“바이오는 코인보다 더한 사기다.”
증권가에서 나오는 이 말은 바이오를 둘러싼 부정적인 기류를 대변한다. 최근 주가가 반등했다고 해도 지난 2020~2021년 대비 대다수 바이오 기업 주가가 반 토막 밑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기업에 대한 불신이 깊다. 2005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된 뒤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은 103곳. 이 중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12곳뿐이다. 나머지 90여곳은 영업손실을 냈다. 인트로메딕, 이노시스, 셀리버리 등 3곳은 거래 정지됐다.
코스닥 성장성 특례상장 1호 셀리버리 주가는 2021년 1월 한때 10만원을 넘었다.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속절없이 추락하더니, 어느새 1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최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은 90%가 넘는다. 그리고 3월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바이오 기업의 잇딴 거래 정지 위기에 바이오에서 아예 발을 빼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정유경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술특례상장 그 자체가 대상 기업 기술력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며 기업과 투자자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기업 호황기에 앞다퉈 무더기로 발행한 CB와 BW 역풍도 크다. 기업 주가가 조정 가능한 최저 전환 가격 아래로 떨어지고, 이후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 채권자가 주식으로의 전환을 포기하고 원리금 회수에 나섰다. 투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기업은 수익원 없이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기간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향후 신규 CB 발행도 쉽지 않아 올해까지도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듯 보인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술특례 사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며 투자 신뢰도가 낮아졌고, 최근 잇따른 상장폐지가 바이오 섹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정부 지원 밝혔지만…
제한적 혜택에 ‘빛 좋은 개살구’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책에 대해서도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나온다. 일명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로 바이오 기업이 큰 수혜를 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 K칩스법에는 국가 전략 산업에 기업이 설비 투자를 하는 경우 세액 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등이 대상이다. 문제는 바이오 산업 전체가 아니라 ‘백신 산업’만 부분적으로 국가 전략 기술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또한 토지나 건축물 등에 세액 공제가 적용되지 않아 혜택도 제한적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백신 시설이 까다롭게 지어져야 하기 때문에 토지·건축물 투자가 중요하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막대한 지원금을 마련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글로벌 제약 바이오 6대 강국을 달성하기 위한 지원 전략과 중점 추진 과제를 내놨다. 연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릴 수 있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목표로 2027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연구개발(R&D) 자금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투자 규모가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정도인데, 10배 수준인 25조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를 실제로 R&D 자금으로 투입할지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연매출 1조원 이상 블록버스터 신약을 2~3개를 개발하고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기업을 3곳 이상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현실성이 높지 않다.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혁신 신약을 내놓더라도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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