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춘추전국시대 … 쿠·네 다음은 티메파크? [스페셜 리포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4. 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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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텐이 4월 초 ‘위메프’로 유명한 원더홀딩스의 경영권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이번 계약으로 큐텐은 위메프 경영권과 모바일 앱 소유권을 갖게 됐다. 큐텐 소속 김효종 경영지원본부장이 위메프 수장으로 선임됐다. 큐텐은 앞서 티몬, 인터파크커머스도 인수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티메파크’ 연합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 스트랩 애플 시계 밴드 44㎜가 95원. 심지어 5일 내 무료 배송까지 해준다? 중국 직구 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에 나와 있는 제품 소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인기 스타 마동석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올해 상반기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인지도, 사용률도 급등세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쇼핑 앱 부문 다운로드 수 1위, MAU(월간 이용자 수) 부문에서는 10위로 치고 올라왔다. 2018년 첫선을 보인 후 한동안 여러 테스트를 거치다 올해부터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해 국내 유통가를 바짝 긴장케 한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996년 롯데닷컴, 인터파크가 첫선을 보인 후 옥션, 지마켓, 쿠팡, 네이버 등 신규 강자가 계속 등장, 20여년간 격동의 시기를 보내던 시장이다. 그러다 2020년대 들어 2강(쿠팡, 네이버) 1중(SSG닷컴연합) 외 춘추전국시대(티몬, 위메프, 롯데온, 11번가 등)를 형성해왔다. 최근에는 하위권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M&A가 이뤄지면서 e커머스 판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e커머스 시장 어떻게 진화?

1990년대 e커머스 초창기만 해도 이 시장은 대기업 계열사, 벤처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도 아이디어만 갖고 홈페이지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했다. 당시는 일명 ‘온라인몰 난립’ 시대였다. 그러다 유통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종전 백화점, 대형 할인점을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놓은 온라인몰을, 신규 IT 기업은 여러 사업자를 한 곳에 모아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입점,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시대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유통 대기업보다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신규 오픈마켓 사업자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2000년대 초만 해도 e커머스 시장 비중이 워낙 작다 보니 유통 대기업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매장 고객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고 가격 역시 통제가 안 되다 보니 신규 IT 벤처 기업들이 오히려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오픈마켓 업체 덩치가 커지면서 해외에서도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0년 유통업계에 또 한 번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직전 해 이베이는 한국의 옥션에 이어 지마켓마저 인수하면서 오픈마켓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당시 지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는 이베이에 지분 매각 후 큐텐을 설립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구 대표는 지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할 때 10년간 국내에서 e커머스를 못하도록 계약했다.

2010년 e커머스 시장에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이면 할인’하는 개념의 소셜커머스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그루폰 등을 중심으로 떴다. 그해 그루폰코리아가 한국에 진출했고 쿠팡, 티몬, 위메프도 하반기 문을 열었다. 이후 쿠팡이 로켓배송, 쿠팡맨 등 다양한 차별화를 추구한 끝에 미국 증시 상장은 물론 최근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쿠팡은 전통의 유통 강자 이마트·롯데쇼핑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해서 ‘이마롯쿠’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성장했다.

쿠팡의 급성장세는 ‘잠자는 거인’ 네이버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 서비스의 강점을 바탕으로 2010년대 중반 ‘스마트스토어’라는 이름의 오픈마켓 사업에 뛰어들었다. 누구나 네이버 기반 e커머스 사업자가 될 수 있게 문턱을 낮추고 배송, AS, 편리한 결제 등 인프라 지원도 강화했다. 그 덕에 네이버는 순식간에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갔다.

종전 유통 대기업도 가만있지 않았다. 2000년대 초 e커머스 전략에서 실기했다는 평가를 받던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내놓고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 등을 하면서 연합군 전략을 썼다. 하지만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전략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그룹 역시 여러 계열사가 혼재돼 있는 e커머스 사업을 ‘롯데온’으로 통합하고 중고나라 등을 인수하며 유통 강자의 자존심을 세우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교보증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쿠팡과 네이버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각각 24.5%, 23.3%, 신세계연합(SSG닷컴·G마켓) 점유율은 11.5%로 그 뒤를 이었다. 사실상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로 굳어진 셈이다.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 굳어지나

멤버십 회원 수·AI 역량 압도적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양강 체제가 지속될지다. 전문가들은 현재 양강 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멤버십 회원 수다. 멤버십은 이커머스업계 ‘록인(Lock-in) 효과’를 창출하는 대표 수단이다. 록인 효과는 ‘고객을 가둔다’는 의미다. 생태계를 조성해 이용자가 다른 곳에서 소비하지 못하도록 묶어둔다는 뜻이다. 일종의 충성 고객 확보 전략이다. 오픈서베이 ‘온라인 쇼핑 멤버십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멤버십 이용자는 비이용자 대비 월평균 구매 금액이 30% 이상 높다.

이커머스업계에서 멤버십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업체가 쿠팡과 네이버다. 두 업체는 각각 로켓와우 멤버십,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등을 운영한다. 나이스신용평가 리포트 등에 따르면 두 멤버십의 회원 수는 각각 1100만명, 900만명에 달한다. 신세계연합의 스마일클럽(300만명), 11번가 우주패스(100만명) 등과 차이가 크다.

다음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 역량이다. 이커머스 사업의 핵심은 속도와 효율성이다. 자연스레 AI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이커머스 기업 대부분이 AI 적용 사례를 나열,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다만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쿠팡과 네이버가 압도적이다.

쿠팡은 지난 2년 동안 1조원, 창사 후 누적 기준으로 따지면 6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운반 로봇과 분류 로봇을 활용해 물건이 배송 차량에 실리는 데까지 10분이 안 걸린다. AI로 구축한 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지난해 3·4분기 쿠팡의 영업 흑자 비결로 꼽힌다.

네이버는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AI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매년 매출액의 20~25% 정도를 로봇과 AI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만 1조809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는 장기적으로 매출의 30% 수준까지 R&D 비용을 늘릴 방침이다.

R&D를 통해 확보한 AI 역량은 이커머스 부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된다. 네이버는 커머스 부문에서 특히 ‘초개인화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소비자가 좋아할 상품을 추천, 추가 매출을 이끄는 방식이다. 네이버 쇼핑은 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 ‘포유’를 운영하고 있다. 포유는 AI 상품 추천 기술인 ‘AiTEMS(에이아이템즈)’ 기반으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더해 정교하게 상품을 제안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적용된 클로바엠디도 비슷한 기능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클로바엠디의 ‘고객 맞춤 상품 추천’ 솔루션을 적용한 후 방문객이 클릭하는 상품 수가 50%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네이버는 챗GPT 대항마로 오는 7월 서비스 예정인 서치GPT도 이커머스 부문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향후 이커머스 시장 구도가 현재와 비슷한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폭넓은 상품 카테고리, 효율적인 풀필먼트 역량, 다양한 멤버십 혜택 등을 확보한 상위 플랫폼 위주로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커머스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쿠팡의 점유율 상승을 예견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네이버와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이 역전됐는데,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최근 쿠팡의 행보는 네이버를 겨냥한 듯 보인다. 쿠팡은 그동안 직매입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오픈마켓은 곁들이는 정도였다. 오픈마켓만 놓고 보면 사실상 네이버 독주가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 3월 27일, 쿠팡이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CFS)와 함께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그로스’를 출시했다. 로켓그로스는 판매자가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만 하면 이후의 보관 → 포장 → 배송 → 반품 등을 모두 쿠팡이 담당하는 서비스다. 일반 셀러도 쿠팡과 거래하는 직매입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로켓배송’ 서비스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특히 단가가 높은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들은 기존보다 마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쿠팡의 행보를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 상품 포장지에 찍힌 운송장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 후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옮겨주는 ‘소팅 봇’. (쿠팡 제공)
‘메기 등장’에 설 자리 잃는 중위권 업체

11번가 매각 기점으로 ‘합종연횡’ 가능성

네이버와 쿠팡은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익화 구간에 진입했다. 과점 사업자로 등극한 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또 록인 효과를 활용해 프로모션, 멤버십 등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의 흑자전환도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

반면 중위권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거래액 성장률은 아쉬운 수준이다. 자연스레 시장점유율도 과거보다 쪼그라드는 추세다. 2020년 11번가와 롯데온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8%, 5.5%였지만 2022년 시장점유율은 7%, 4.9%다. 마케팅 확대에도 점유율 개선에 실패하면서 영업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의 ‘커머스 경쟁력’ 강화 관련 발언과 행보들도 중위권 업체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카카오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을 통해 커머스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커머스 전체 시장으로 놓고 보면 점유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커머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는 자리에서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8월 실적 설명회에서 “경기가 어려울수록 강점과 본질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카카오 사업의 본질을 ‘광고와 커머스’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매출 추이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이 포함된 카카오 톡비즈 거래형 부문 매출은 지난해 1조6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8857억원) 대비 19.7%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는 톡비즈 내 광고와 커머스 결합 등 상품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KB증권은 톡비즈 개편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톡비즈 매출 성장률은 올해 22.5%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앞에서는 쿠팡과 네이버라는 메기가 위협하고, 뒤에서는 카카오라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 쫓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위권 이커머스 업체 간 ‘합종연횡’ 가능성을 점친다. 큐텐의 위메프, 티몬 인수처럼 중위권 업체 간 M&A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11번가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11번가의 매각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11번가는 SK스퀘어 자회사다. SK스퀘어는 당초 11번가를 상장할 예정이었다. 2018년 국민연금·MG새마을금고중앙회·H&Q코리아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공개(IPO) 환경 악화, 11번가의 적자 누적으로 기업가치 하락이 예상되자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박정호 SK스케어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SK쉴더스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11번가도 SK쉴더스처럼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며 매각 가능성을 암시했다.

다만 뚜렷한 인수 후보는 아직 없는 상태다. 그나마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곳은 롯데온 등을 보유한 롯데그룹이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해 11번가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롯데그룹이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을 잡으면서 11번가에 대한 관심은 식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새로운 이커머스 매물을 검토한다면 과거 ‘중고나라’ 인수 때처럼 버티컬 서비스 운영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위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생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쓱닷컴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별화된 ‘식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이커머스 업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쓱닷컴 거래액은 5조9555억원이다. 이 중 식품 비중이 45.2%에 달한다.

온·오프라인 결합을 통한 록인 효과도 기대해볼 부분이다. 지난해 5월 시작한 자체 멤버십 스마일클럽은 쓱닷컴 지마켓, 스타벅스 3개사를 연계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이마트와 백화점, 면세점까지 총 6개사로 연계 범위를 넓힐 방안이다. 김동우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 스마일클럽이 재편되면 쓱닷컴이 소비자를 록인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큐텐이 유통가 메기 될까?

크로스보더·풀필먼트·버티컬 3단어 주목

“티메파크가 국내 이커머스 판도를 흔들 수 있을까.”

유통업계 가장 큰 이슈인 것은 확실하지만 사실 회의적인 시선이 더 많다.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과연 시너지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 짙은 분위기다.

배경에는 ‘국내 이커머스는 포화 시장’이라는 인식이 자리한다.

일단 ‘양강 구도’가 워낙 공고하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쿠팡’, 소비자 접근성 면에서 압도적인 ‘네이버쇼핑’이 건재하다. 여기에 최근 대세가 된 ‘D2C(Direct to Customer)’ 트렌드도 티메파크 같은 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는 악재다. 브랜드가 플랫폼 입점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직영몰 매출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큐텐도 “성장 한계에 부딪힌 어려운 국내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자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 M&A를 진행한 이유는 큐텐이 포화 시장을 뚫어낼 ‘틈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키워드는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버티컬’이다.

(1) 크로스보더

셀러에 ‘해외 진출’ 유인 제공

큐텐은 ‘크로스보더’, 즉 국경을 넘는 ‘글로벌 커머스 활성화’에서 가능성을 점친다. 큐텐이 기존에 보유한 ‘글로벌 커머스 인프라’를 활용하면 소비자와 셀러 모두에게 새로운 유인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먼저, 소비자에게는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다양한 해외 판매 상품을 손쉽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큐텐은 2010년부터 해외에서 사업을 운영해온 ‘글로벌 커머스’다. 싱가포르를 기점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2013년부터는 중국에서도 직접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2019년 인도 ‘샵클루스’를 인수하며 서비스 권역을 서남아시아까지 확장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6개 나라에서 직접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서비스 제공 국가는 24개국에 달한다. 큐텐을 통하면 현지 셀러가 티메파크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직구 사업자 등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지면 소비자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큐텐이 앞서 인수한 ‘티몬’은 해외 직구 효과를 이미 체감했다. 티몬 해외 직구 거래액은 6개월 만에 56%가 늘었다. 올해 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구매 건수(90%)와 구매 고객 수(88%) 모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모습이다.

‘국내 셀러’ 입장에서는 사업 영역이 글로벌로 확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티메파크 입점만으로 큐텐 글로벌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 티몬은 올해부터 큐텐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와 손잡고 해외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인 ‘Qx프라임’을 제공 중이다. 제품 등록과 주문, 포장, 배송에 이르는 해외 물류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물류를 넘어 마케팅과 입점 등 판매 전략 전반을 대행해주는 ‘큐트레이딩’ 서비스도 있다.

‘크로스보더’는 큐텐만의 화두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운 것은 다른 커머스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쿠팡이 ‘로켓직구’를 앞세워 대만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쿠팡 운영사인 쿠팡Inc는 지난해 10월부터 대만에서 배송비 없이 빠르게 직구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로켓직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주문한 다음 날 한국에서 대만행 첫 비행 편으로 발송되는 식이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배송비 무료라는 점도 로켓배송과 같다.

11번가 역시 2021년 8월부터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열어 직구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성공에 힘입어 최근에는 애플과 구글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 직구·역직구 전문몰 활성화는 고객과 셀러 모두를 유인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2) 풀필먼트

핵심은 ‘큐익스프레스’ 상장?

셀러가 글로벌 진출을 손쉽게 하기 위해서는 ‘풀필먼트 서비스’가 필요하다. 물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데다 현지 사정도 잘 모르는 만큼 개인이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란 셀러 대신 이커머스 업체가 상품의 보관, 출고, 배송 등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큐텐에서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그 역할을 한다. 글로벌 플랫폼 간 거래 물류에 초점을 맞춘 회사로, 현재 11개 나라에 총 19개 물류 거점을 보유했다. 아마존·이베이·라쿠텐 등 글로벌 오픈마켓을 대상으로 배송과 통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큐텐이 티메파크를 자신 있게 인수할 수 있던 요인 중 하나로 ‘큐익스프레스’가 지목된다. 국내 커머스 플랫폼 접점을 늘리면서 자연스레 큐익스프레스 실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의 직구 수요가 늘수록, 또 셀러들의 해외 진출 수요가 늘수록 큐익스프레스 실적이 개선되는 구조다.

기업가치 제고에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나스닥 상장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여야 상장에 유리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커머스 자체가 아니라 나스닥 상장 밑작업용으로 티메파크를 인수했다는 ‘설’이 나올 정도다. 한 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 상장 이슈는 티메파크 인수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대주주는 큐텐·큐익스프레스 지분과 본인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상장’을 통한 차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덕에 인수 협상 과정이 수월히 진행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마켓 창업자 구영배 큐텐 대표가 국내 e커머스 시장에 또 한 번 새바람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큐텐 제공)
(3) 버티컬 플랫폼

무신사, 컬리처럼 ‘전문몰’로 갈까

티메파크가 ‘종합 플랫폼’에서 ‘버티컬 플랫폼’으로 변신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가 각자 특정 카테고리를 집중적으로 강화해 소비자 유입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버티컬 플랫폼은 경쟁이 치열한 국내 커머스 시장에서 ‘틈새’를 찾아내 나름의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 소비자 수요에 특화된 상품 구성 덕에 고객 충성도와 재방문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남성 패션 플랫폼 ‘무신사’, 신선식품 새벽배송 ‘컬리’, 리셀 플랫폼 ‘크림’ 등이 대표적인 버티컬 플랫폼이다.

버티컬 플랫폼 강세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무신사’는 지난해 연간 매출 7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전년(4613억원) 대비 50% 넘게 성장한 액수다. 무신사는 또 남성 패션을 넘어 계속해서 전문 영역을 세분화하는 중이다.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성한 셀렉숍 ‘엠프티’를 오픈했고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도 추가했다. 지난해 여성 패션 플랫폼 ‘레이지나잇’ 서비스도 신규 시작했다.

신선식품 버티컬 플랫폼 ‘컬리’와 ‘오아시스’도 활약이 두드러진다. 두 곳 모두 계획했던 상장은 철회했지만 성공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이 2조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30.5% 증가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에는 앵커PE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투자금으로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늘려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오아시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0% 늘어난 4272억원을 기록했다. 1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티메파크 인수 소식이 들려올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셋 모두 종합 플랫폼’이라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했다.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제품을 파는 만큼, 앞으로 소비자가 더 늘어날 만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고객을 ‘갈라 먹기’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티메파크가 각각의 강점을 더 부각해 버티컬 커머스로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버티컬 플랫폼이 승승장구 중인 만큼, 버티컬로 눈을 돌릴 유인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꽤나 구체적인 예상도 나오고 있다. 티몬은 해외직구, 인터파크는 도서 등 콘텐츠, 위메프는 여행·패션·리빙 같은 라이프스타일 전문관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위메프는 이미 ‘맛신선(식품)’ ‘W스타일(여행)’ ‘W홈즈(리빙)’ ‘W여행컬처(패션)’ 등 다양한 버티컬 플랫폼을 서비스한 바 있다. 이번 인수로 위메프가 쌓아온 버티컬 전문성과 노하우를 각 플랫폼에 이식할 수 있게 되면서 티메파크 모두가 전문몰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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