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대로변·골목길… 낯선 전기車가 치고 들어온다
중국의 경형·초소형 전기차가 한국에 상륙한다. 체리자동차·장림자동차 등 중국 5대 자동차 업체들이 한꺼번에 작은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5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싼값’으로 승부한다. 자동차 가격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싸지만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중국차 수입업체인 EVKMC는 체리차의 마사다 QQ·EQ1·EQ1프로, 장링차의 EV3 등 4종을 오는 5~6월에 한국에 들여올 예정이다. 국내 출시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다. 마사다 QQ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면 500만원대에서 시작하고 가장 비싼 모델이 800만원대에서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마사다 QQ는 2인승이다. 상자처럼 생긴 일본의 박스카를 닮았다. 전장 2980㎜, 배터리 용량 13.9㎾h, 최대 출력 14㎾다. 마사다 EQ1, EQ1프로는 현대자동차 캐스퍼와 비슷한 크기다. 장링차의 EV3는 4인승 소형 전기차다. 가격은 2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초소형 전기차는 중국 시장에서 먼저 기초체력을 키웠다. 중국은 특히 초소형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테슬라를 제쳤을 정도다. 상하이GM우링의 초소형 전기차 ‘홍광 미니EV’가 신호탄이 됐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홍광 미니EV는 지난해 판매량 55만4067대를 기록해 중국의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테슬라의 모델Y(45만5091대)와 모델3(25만5774대)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특히 홍광 미니EV는 지난해 경형·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월간 점유율이 4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마사다 QQ는 9만6539대, EQ1은 9만5669대를 판매했다. 중국 정부의 각종 혜택과 세계 1위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몸집을 키운 뒤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다.
한국은 아직 초소형 전기차 태동기다. 국토교통부 규정에 따르면 초소형 전기차는 중량 600㎏, 최고 속도 시속 80㎞, 너비 1.5m, 최고출력 15㎾ 이하의 전기차다. 기아 모닝보다는 작지만 이륜차보다는 큰 이동수단이다. 주행가능 거리는 100㎞ 내외다. 내연기관차 차주가 출퇴근이나 여가용 세컨드 카로 이용할 만하지만 퍼스트 카로 구입하기엔 무리가 있다. 한국에 처음 출시된 초소형 전기차는 ‘트위지’다. 2017년 출시했다. 당시 생소하게 생긴 모양 덕분에 관심을 끌었다.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경형·초소형 전기차는 2658대다. 상용차를 제외하고 승용차만 따지면 1802대다.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는 초소형 전기차는 전부 국산차다. 르노코리아 ‘트위지’, 마이브 ‘M1’, 쎄보모빌리티 ‘쎄보C’, 에디슨EV ‘EV Z’ 등이다. ‘쎄보C’는 지난해 997대를 판매해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가격은 1690만원이다. 경남에서 구매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감안하면 700만원 중반대에 살 수 있다. 한국의 1위 초소형 전기차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마사다 QQ에 밀리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저가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긴 힘들어 보인다. 가장 큰 장애물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성능이나 디자인보다도 브랜드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고급차와 대형차가 많이 팔리는 것도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기 때문”이라며 “반중 정서가 강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국 차’를 선택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초소형 전기차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중국의 한국 공습이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박철완 서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경형·초소형 전기차는 자동차 전용도로와 같은 고속도로 운행이 제한돼 사용성이 경차와 비교하면 떨어진다. 승용차보다는 상용차와 같이 배달, 택배 등 특수용도로써 활용 가능성이 더 큰 차종”이라고 말했다.
한명오 이용상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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