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韓, 우크라 무기 주면 분쟁 관여…北서 러 무기 보고 싶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분쟁(conflict)’에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고했다. 실제로 무기 지원이 이뤄지면 그 대가로 북한에 러시아산 무기를 공급하겠다는 위협도 이어졌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와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 입장을 취했다”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시작하면, 이는 간접적으로 이 분쟁에 대한 특정 단계의 개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한국은 키이우 정권의 군사 후원자 그룹에 합류하여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결정이 낳을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면서 “이러한 행동은 지난 30년간 양국의 이익을 위해 건설적으로 발전해온 러-한 관계를 분명히 망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사관은 또 "한반도 안보 상황의 맥락에서 우리의 양자 상호 작용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접근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한국이 기대하고 있음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격분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적(우크라이나)을 돕겠다는 새로운 사람이 등장했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했는데 입장을 바꿨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국민이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에서 최신 러시아산 무기를 보게 되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면서 “한국이 말한 대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quid pro quo·퀴드 프로 쿼)”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북한에 러시아 무기를 공급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러시아 주요 고위직 인사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페스코프 대변인의 언급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며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비록 조건부지만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무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가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무기 지원에 대해 경고한 것은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두 번째이자 약 6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북한과 군사 협력을 재개하면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당신들은 기쁘겠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당시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며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국제사회에 연대해 우크라이나에 인도적·평화적 지원을 해왔다”며 “러시아를 포함해 세계 모든 나라와 평화적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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