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술 얼마나 마실까?

신은진 기자 2023. 4. 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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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음주량은 연간 8.7L​로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많은 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의 술 사랑은 유명하다. 좋은 일이 있어도, 슬픈 일이 있어도 인사처럼 '술 한잔하자'고 외친다. 술을 마시기도 좋은 환경이다. 와인을 물처럼 마신다는 프랑스보다, 맥주가 물보다 싸다는 독일보다 음주규제가 약해 언제 어디서나 음주가 가능하다. 한국인의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는 걸까? 술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건강은 괜찮은 걸까?

◇1년에 술 8.7L 마시는 한국인
WHO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L다. 일본 7.1L​, 이탈리아 7.7L​보다도 높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은 연간 알코올 소비량이 많은 국가에 속한다. 전 세계 평균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5.8L다.

사회생활이 활발한 30~40대의 음주량은 위험한 수준이다. 고위험 음주율이(1회 평균 음주량 여성 5잔 이상, 남성 7잔 이상 음주, 주 2회 이상) 20%에 육박한다. 2018년 기준 30대 고위험 음주율은 15.2%, 40대는 18.1%이다.

더욱 문제는 청소년이다. 청소년의 음주까지도 늘고 있다. 2022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음주율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나빠졌다. 음주율을 보면, 남학생 15.0%, 여학생 10.9%로 2021년보다 각각 2.6%p↑, 2.0%p↑ 증가했다. 1회 평균 음주량이 중등도(남자 소주 5잔, 여자 3잔) 이상인 위험 음주율도 남학생 5.3%→6.1%, 여학생 4.4%→5.1%로 모두 증가했다.

과음의 중심엔 소주가 있다. 대한간학회가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주종별 음주 비중은 증류주인 소주(61.4%)가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맥주(22.4%), 전통주(8.7%), 와인(1.6%) 순이었다. 다만, '혼술' 등이 유행하면서 소주의 소비량은 감소하는 반면 전통주의 소비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술 때문에 죽는 한국인…암·범죄 연관 깊어
술 사랑이 과해서일까. 술 때문에 죽는 한국인이 끊이질 않고 발생한다. 한국은 2013년 수행된 세계질병부담연구에서 알코올이 가장 높은 질병 부담의 원인을 차지한 국가이다.

보건복지부 2023년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안내 통계를 봐도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약 5000명이 알코올 관련질환으로 사망한다. 2010년에 알코올 관련질환 사망자는 4535명에서 2020년 5155명까지 증가했고, 2021년에도 4928명을 기록하는 등 매년 수천 명이 술 때문에 죽는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가 질병관리청 '지역사회 건강조사'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에선 2020년에는 알코올기인사망이 처음으로 10만명당 10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술은 암, 심혈관질환, 치매 등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이미 잘 알려졌다. 인과관계가 밝혀진 질병만 하더라도 인후암, 구강암, 식도암, 유방암, 간암, 간경변,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심장병, 고혈압, 대장암, 당뇨병, 급성췌장염, 위염, 급성 위궤양, 출혈성 위궤양, 소장염, 알코올성 소뇌변병증, 치매, 정신장애 등이 있다.

술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비용을 연간 7조3698억 원으로 보고했다. 이는 당해 건강보험 지원 예산(6조5131억 원)보다도 많은 액수로, 유형별로는 질병으로 인한 비용이 6조1200억 원, 사고로 인한 비용이 1조2498억원이었다. 대한간학회는 "질병으로 인한 비용은 대표적인 음주 관련 질환인 암, 심혈관질환, 소화기질환, 정신질환 등의 진료와 치료에 드는 비용을 추정해 계산했고, 이는 음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이 상당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피해도 크다. 전체 범죄 중 주취범죄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음주운전 사고로 매년 평균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알코올은 중추신경계 억제제로 작용하고, 행동감각기능과 정보처리능력을 손상해 운전능력저하의 큰 원인이다.

또한, 대검찰청 범죄 분석 통계를 보면 주취자가 일으키는 범죄는 대부분 흉악 강력 범죄다. 2017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 통계에서 전체 범죄자 중 주취자 비율이 24.9%(36만2946명)로 2005년 36.9%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주취자의 범죄유형 중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에 해당하는 흉악 강력 범죄의 비율은 29.48%로 다른 폭력 혹은 과실, 풍속범보다 높았다.

이해국 교수는 "알코올사용장애의 경우, 각종 질병의 발생 위험성을 높이는 등의 개인적인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 차량 사고, 비행, 자살, 살인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는 질환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폐해는 개인에게 맡겨둘 문제가 아니며, 정부가 규제정책과 중독치료지원정책의 수립을 통해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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