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이상민 "녹음파일, 눈 감고 들어도 돈 받은 의원 알겠더라"
"기획 수사?그런 소리 반복하니 비리 쳇바퀴"
"녹음파일, 돈받은 의원들 훤히 보이는 수준"
"이재명 소극 대응, 불편한 사정 있는 탓일 듯"
"이제라도 대표 물러나고 당은 민생 올인해야"
"정성호에 실망, 친명좌장 하더니 생각 바꿔"
19일 유튜브 '강찬호 투머치토커' 상세 보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방송에 공개된 녹음파일을 눈을 감고 들어봐도 돈 받은 의원들이 누구인지 알겠더라"며 "그런데도 당이 자체조사를 안 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에게) 뭔가 불편한 사정이 있기 때문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돈 봉투 액수가 식대 수준"이라고 말한 정성호 의원에 대해 "실망스럽다. 친명 좌장 하더니 생각이 많이 바뀐 듯하다"고 직격했다. 일문일답.
-돈 봉투 사태가 1주일 가까이 흘렀지만, 당의 대응이 미진하다.
"사과도 뒤늦었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당이 자체 조사를 포기하고 검찰 수사에 맡기겠다고 한 것이다. 공당의 자정 기능이 뭐가 되나. 그렇게 비판해 왔던 검찰에 운명을 맡기겠다니 말이 안 된다"
-당 지도부는 "수사권이 없어 실효적 조사가 불가능하다"는데
"무기력한 패배주의일 뿐이다. 수사권이 없어도 의원들이 진실을 얘기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 아닌가. 민주당이 수권 능력 없다는 얘기밖에 더 되나. 그러면 국민에게 권력을 달라고 청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조사를 안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 말고도 뭔가 불편한 사정이 있기 때문 아닌가 싶다."
-그게 뭡니까
"모르겠다. 다만 (돈 받은 의원들을) 건드릴 수 없는 그런 게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공당이라면 지금 당장 자체 조사 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 기구를 이끌 인물이 없다면 외부의 수사 경험자라도 모셔와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
-민주당은 "검찰이 여권 지지율 낮으니까 기획 수사로 터뜨렸다"라고도 주장하는데.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반복해온 게 민주당의 큰 결함이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상대방 탓, 그래도 안 되면 이명박-박근혜 때보다는 낫다고 변명하지 않나. 그렇기에 계속 (비리의) 쳇바퀴가 도는 거다. 설사 기획 수사의 정황이 있다 하더라도 돈 봉투 사건이 실체 없는 일은 아니지 않나. 정황이 상당히 뚜렷하다. 그렇다면 당 내부의 잘못부터 찾아내는 게 우선이지 검찰 탓, 정권 탓을 하는 건 비겁하다"
-정성호 의원이 "돈봉투 금액이 국민 보기에는 클지 몰라도 식대나 차비 수준"이라 했다가 사과했는데
"정 의원과 친한 사이지만 실망스럽다.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하나. 액수가 1원이라도 불순하고 시궁창 같은 추잡한 돈이니 부끄러워해야지. 정 의원에 기본적으로 의심이 간다. 이재명 캠프 좌장 역할을 하더니 생각이 너무 많이 바뀐 것 같다."
-압수 수색을 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출당시켜야 할까
"그분들이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니 검찰 수사를 더 지켜보고, 스스로 진실을 얘기했으면 좋겠다. 내가 방송에 보도된 녹음 파일을 들어보니까, 눈을 감고 들어도 (돈 받은 의원들이) 누군지 확연히 알겠더라. (녹음 파일 들어보면 돈 받은 의원들 특정이 가능하다는 건가?) . 그렇다. 그게 뻔한 상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 주장을 하며 빠져나가려 하면 더욱 곤경의 늪에 빠질 뿐이다. 사실대로 얘기하면서 털어내는 것만이 손실을 최소화할 길이다. 당도 비리 책임자들을 일벌백계로 징계해야 한다."
-지도부가 검찰에 모든 걸 맡긴다며 팔짱만 끼는 이유는 사법리스크에 빠진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 돈 봉투 받은 의원들을 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 그러니 대응이 일관되지 않는 거다. 전에는 검찰 독재라 하더니 지금은 검찰 수사에 맡긴다고 한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 지금은 당이 간판을 내릴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이 대표부터 원점으로 돌아가서 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맞는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성찰하기 바란다"
-사퇴를 요구하는 건가
"이미 본인이 사법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당 전체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를 벗어나기 어렵기에 이 대표는 대표직을 그만두고 누명을 벗는 데 집중하고, 당은 민생에 올인하는 것이 맞다."
-돈 봉투 사태 전후 이재명 대표하고 접촉한 적이 있나
"없다. 이 대표가 나같이 쓴소리하는 사람들을 만나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본인은 윤석열 대통령한테 '소통합시다'라고 요구하면서 당내에서 쓴소리하는 동료는 안 만난다면 문제 아닌가."
-언제 본 게 마지막인가
"대화 나눈 지 몇 개월 됐다. 이 대표 주위에 '이 대표는 무고하다'는 친명계 호위 무사들이 많지만 나 같은 비판적인 사람의 목소리도 듣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돈봉투 사건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반응을 들은 게 있나
"아예 말도 안 하려고 한다. 눈빛도 그렇다. 나처럼 돈 봉투가 돈 사실 자체를 몰랐던 사람조차 잠재적 범죄 혐의자로 보시더라. 내 지역구에 국민의 힘 측이 '더불어 돈봉투당'이란 현수막을 걸었는데 낯이 뜨거워 죽겠다."
-송영길 전 대표가 프랑스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의 개인 일탈에는 유감을 표하지만 나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는데.
"아주 아주 비겁하다. 현역 의원 10명 이상에 3백만원씩 등 9천만원 넘는 돈이 살포된 것이 어떻게 개인 일탈인가. 이정근 전 부총장이 개인적으로 자기 돈을 줬나. 뿌려진 돈은 송영길 대표 당선용으로 살포된 것 아닌가. 송 전 대표는 프랑스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변죽만 올릴 때가 아니다. 본인이 모르면 누가 아나. 빨리 귀국해 수사에 임하고 본인이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한다"
-돈봉투 사태에도 당이 크게 반성하는 기미가 없는 건 민주당이 국민의 힘보다 지지율이 높은 현실 때문 아닐까
"민주당 지지율이 높다는 건 거품이고 착시현상일 뿐이다. 워낙 윤석열 대통령이 헛발질하고, 국민의힘이 잘못을 저지르니 국민이 꾸지람하는 덕에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간 것뿐, 민주당 스스로 잘한 거 하나라도 있었나. 뒷발로 찼는데 운이 좋아 골이 들어갔을 뿐이다. 그걸 실력이라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친명계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선전하는데
"그렇게 민심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니 패가망신하게 될 거다. 조금만이라도 자기 객관화를 하기 바란다. 사법 리스크 빠진 당 대표를 옹호하고, 그걸 비판하면 내부 총질이라 욕하더니 돈 봉투 사건 터지니까 검찰 수사만 지켜본다. 얼마 전까지 검찰 독재를 외친 사람들이 이젠 검찰에 민주당의 운명을 맡기겠단다. 안일하게 윤석열 정부 헛발질만 믿고 총선에 임한다면 필패를 각오해야 할 거다."
-돈봉투 사태 와중에 이낙연 전 총리가 장인상 치르기 위해 귀국했다가 그제 출국했다.
"이 전 총리 상가에 문상을 갔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의원들이 많이 모이셨는데 그 세력이 만만치 않게 보이더라. 그런 걸 볼 때 이 전 총리도 정치에 다시 뛰어들 뜻이 여전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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