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챙기는 교회… 요양원 설립 소망

박성희 2023. 4. 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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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순복음교회 강헌식 담임목사
평택순복음교회 전경. 교회 안에 문화시설과 어린이 돌봄센터, 체육관,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평택순복음교회는 2003년 성전 입당 당시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교회’로 불렸다. 3300여 평의 대지 위에 건평 3000여 평, 본당 3000석의 성전이 말 그대로 허허벌판에 우뚝 세워졌다. 지역 내 보기 드문 대형건물 설립에 지역주민들은 환호했다. 교회 안에는 어린이 돌봄센터부터 체육관과 공연장까지 갖춰져 있었다. 전 세계 교회를 방문하며 부흥사로 활동한 강헌식 담임목사(69)가 서구 교회 모습을 벤치마킹해 아이디어를 낸 미래형 교회였다.

강헌식 목사를 지난 6일 평택순복음교회에서 만났다.

강헌식 담임목사


1990년 4월 강 목사가 평택순복음교회에 부임할 때 성도 수는 400명이었다. 부임 전 부흥사로 활동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뜨겁게 경험했고, 젊은 목사의 패기까지 더해져 부임 직후 ‘5000명 전도운동’을 시작했다. 같은해 11월에 열린 5000명 친구초청 주일예배에 80평 예배당에는 5300명이 모였다. 당일 지역 내에 소나기가 내려서 걱정이 되었지만, 교회 인근에는 예배 시작 전부터 예배가 끝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았다. 교회 안에 북적이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후 예배당 청소를 시작하려고 할 때가 되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소나기가 쏟아졌다.

1997년 예배당이 좁아져서 교회를 새로 건축하기로 결심하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교회를 보니 교회가 교인들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3대가 손을 잡고 명절이나 휴일에도 예배드리러 함께 교회로 오는 모습을 청사진 삼아 건물 조감도를 작성했다. 총 60억 원의 예산이 필요했지만 교회 예산은 4000만원뿐이었다. 교회 건축을 찬성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었을 때 아내 서은희 사모가 2000만원을 준비해 강 목사에게 건내며 말했다.

“60억의 10분의 1은 아니어도 100분의 1은 있어야지요. 엘리야는 손바닥만 한 구름을 보고 홍수가 일어날 것을 믿음으로 선포했잖아요. 6000만원을 손바닥만 한 구름 삼아 교회 건축을 시작하세요”

하지만 IMF가 한국 사회를 덮쳐 교회 건축은 2년 미뤄진 1999년에야 시작됐다. 공사가 시작된 후 2003년 완공되기까지 교회는 한 번도 부도난 적이 없었다. 교회 성도들은 공사장 인근 컨테이너 박스에서 릴레이로 합심 기도를 하며 꼭 필요한 때 꼭 필요한 돈 만큼 채워지는 은혜를 경험했다. 2003년 5월 입당 예배를 준비하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 고 조용기 목사에게 설교를 부탁했다. 조 목사는 스케줄에 따라 5월 30일이 가능하다고 했다.

강 목사는 부임 직후인 1990년 5월 30일 ‘교회성장 5차년 목회계획’을 전 성도들에게 발표했다. 1차년에 7년씩 총 35년의 장기 목회계획이었다. 1차년은 1990년 6월부터 1996년 5월까지이며 교회 표어는 ‘하나되게 하소서’였다. 2차년은 1997년 6월부터 2003년 5월까지이며 교회 표어는 ‘건축하게 하소서’였다. 조 목사의 설교로 입당 예배를 드린 날이 바로 정확하게 2차년 계획이 끝나는 마지막 날이었다. 조 목사는 강 목사에게 “믿음으로 선포하는 스케일이 나와 닮은 것 같다”며 평택순복음교회 입당 예배에서 설교를 전했다.

“IMF로 교회 건축 시기가 늦춰지기도 했고, 공사 특성상 날짜를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었습니다. 교회 건축의 시간을 돌아보면 시작부터 마지막 입당 예배를 드린 5월 30일까지 하나님께서 오차 없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평택순복음교회는 도시와 지방을 잇는 지역의 특성상 어린이와 청년, 장년과 노년의 비율이 비슷하다. 매주 주일 오후 2시에 청년예배가 드려지면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예배가 드려진다. 특별히 주일 저녁예배는 3대가 모여 함께 예배드리며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는 의미가 있다.

평택순복음교회 예배 모습. 강헌식 목사는 3대가 손잡고 예배드리는 교회를 소망하며 목회에 임하고 있다.


교회에서 만난 강 목사는 6일 “코로나 기간에 저녁예배를 청년부예배와 통합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이에 “예배를 줄이는 것은 쉽지만 다시 회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주일 저녁예배는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회학교를 열고 있다. 교회마다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아이들에게 인성과 지성, 사회성과 영성 등을 교육시키며 간식과 식사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유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음세대 대안학교도 진행할 예정이다.

강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청지기 역할을 자처하며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 회장, 평택시기독교연합회 총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강 목사는 평택순복음교회 안에 요양원을 마련하는 것을 꿈꾼다. 교회를 오래 다닌 성도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아 안부를 물으면 요양원에 있다는 답변을 많이 들었다.

강 목사는 평생 교회를 위해 헌신한 성도의 마지막 장소가 교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교회가 성도들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교회 건축을 하나님께서 이뤄주셨듯 요양원 비전도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평택=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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