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 만들고 부르는 의사… “예배·집회에 도움됐으면”
압구정민치과 민병진 원장(71)은 프랑켈이란 교정 장치로 어린이 부정교합을 편하게 치료해주는 교정과 의사로 유명하다. 매주 토요일이면 전국에서 150명의 어린이들이 병원을 찾는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힘든 일정이지만 민 원장은 벌써 30년 동안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어린이 주걱턱을 성장기에 바로잡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 양악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어서 어린이들의 얼굴을 제때 고쳐준다는 사명감으로 기쁘게 일하고 있다.
지난 11일 만난 민 원장은 “치료는 예수님의 사역”이라고 말했다. 예수님의 사역 중 하나가 몸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치료 도중 실수하지 않도록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고 있다. 민 원장은 “그동안 어린아이들을 치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면서 “의사가 명의가 되기 위해서는 기독교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원장의 외조부는 서울대 의대 전신인 경성제대 2회 졸업 의사였다. 당시 한국에 의사가 거의 없을 때여서 지역의 모든 사람이 아프면 외조부를 찾았다. 아버지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이비인후과 의사로 활동하던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민 원장은 고등학교 시절 어느 겨울날 종로에 있는 아버지 병원에 들렀다. 병원 입구부터 진료실이 있는 2층 계단까지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서 순간 ‘아버지가 의료사고라도 내서 사람들이 항의하러 몰려온 건가’ 싶었다. 알고 보니 추운 겨울에 몰려든 감기 환자들이었다. 의사로서 보람과 사회적 책임을 느낀 민 원장은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길을 따라 서울대 치대에 입학하여 치과의사가 되었다.
현재 외동딸 승기씨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과 뉴욕대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 치과의사가 되어 ‘4대 의사가족’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민 원장에게 어떻게 자녀도 치과의사가 되었는지 그 비결을 묻곤 한다. 민 원장은 “딸의 성적표를 본 적은 없지만 한 번도 딸의 능력과 재능을 의심하지 않았다”며 “딸 스스로 의사가 어려운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의사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자녀와 소통하는 것, 자녀의 멘토가 되어주는 것, 자녀의 인생길에 하나님의 축복을 바라는 것, 그리고 자녀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요즘 초등학교 학원가에는 ‘의대입시반’이 있다. 민 원장은 “부모가 자신의 과시를 위해서 자녀의 꿈을 정해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자녀에게 의료인의 꿈을 심어주고 싶다면 선행학습을 기반으로 하는 의대입시반에 보낼 것이 아니라, 슈바이처 책을 사줘서 독후감을 쓰게 하고 ‘허준’이나 ‘대장금’ 같은 의료인 모티브 드라마를 함께 보며 의료인의 사명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민 원장은 의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인 음악을 잊고 산 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멜로디를 들으면 피아노에 손이 가서 저절로 연주할 수 있었다. 주변으로부터 ‘절대음감’ ‘음악천재’로 불리며 서울대 재학 시절에는 당시 듀엣으로 활동한 ‘사월과 오월’ 멤버와 이수만(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씨와 함께 5인조 밴드 활동도 했다.
최근 민 원장의 가장 큰 바람은 자신의 음악 달란트를 통해 교회 예배에 도움을 주는 찬양곡을 만드는 것이다. 2020년에는 홍종화 작곡가(SM엔터테인먼트 초기 프로듀서)와 함께 찬송가 ‘오 신실하신 주’ ‘이 세상 험하고’ 등을 CCM 스타일로 편곡했다.
또 최근에는 CCM곡도 직접 만들었다. 현재 민 원장은 ‘나의 주님’ ‘승리의 주님’ ‘행복의 시작’ ‘희망’ 등 네 곡을 만들었다. 네 곡 모두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노래까지 민 원장이 직접 했다. 특별히 ‘희망’은 CCM과 팝송 두 가지 스타일로 편곡했는데 팝송 스타일의 ‘희망’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와 비욘세(Beyonce)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세션으로 활동한 에디 브라운이 직접 연주했다. 네 곡은 모두 유튜브에서 노래 제목에 ‘닥터민’을 함께 붙여서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교회에서 예배 시간에 은혜로운 찬송가와 더불어 다양한 CCM곡이 불려 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에게 있는 음악적 재능으로 할 수 있는 한 더 많은 찬양곡을 만들고 싶습니다.”
민 원장은 앞으로 치과의사라는 직업적 사명에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음악적 달란트도 아낌없이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독 언론, 겸손하게 진실에 다가가야… 더 엄한 검증 잣대를” - 더미션
- 선교 유적 ‘탑동 양관’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 더미션
- 복음선 타고 지구 누빈 ‘세계 선교의 거목’ 떠나다 - 더미션
- 그 많던 교회 청년들은 어디로 갔을까…신학자들의 답변 - 더미션
- “사람들이 예수 믿지 않는 이유? 크리스천 만났기 때문” - 더미션
- 화마에 할퀸 강릉 교회·성도 삶터 37곳… 손 내미는 교계 - 더미션
- “큰 교회가 작은교회 살린다”… 분당우리교회 또다른 파격 실험 - 더미션
- 인천 중구·속초시도… 지자체·교회 ‘복지 합작’ 전국구로 확산 - 더미션
- 베토벤교향곡이 종교편향? 황당조례로 공연 불발 ‘망신’ - 더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