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겨 보는 ‘용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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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이 되어 첫 해외 근무를 위해 발령받은 곳은 일본이었다.
당시 일본사람들은 물질적 여유, 마음의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일본에 대해 사죄를 주장하는 직접 피해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다.
이제 일본을 용서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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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이 되어 첫 해외 근무를 위해 발령받은 곳은 일본이었다. 1988년 3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쿄에 부임했다. 이즈음 한국은 88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한국민 모두 긍지와 자랑스러움에 행복하던 시절이었다.
도쿄에 도착해 시내를 둘러보니 모두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 당시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독보적인 세계 2위 국가였다. 1945년에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하고 불과 40여 년 만에 다시 미국과 견주는 국가로 일어선 것이다.
내가 살던 동네의 이웃 일본인들은 우리 가족에게 친절했다. 우리 집 꼬맹이들이 다니던 유치원 학부형들이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하고 생활의 지혜도 알려줬다. 세계 2위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의 발로인가. 당시 일본사람들은 물질적 여유, 마음의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로부터 지금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일본과 한국 모두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일본은 경제가 계속 침체했다. 반대로 한국은 크게 발전해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발돋움했고 민주화도 달성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일본과 거의 차이가 없게 되었다. 한국은 케이팝, 영화,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세계를 누비는 자랑스러운 국가가 되었다. 우리는 여유가 생겼고, 일본은 여유가 사라졌다.
지난 3월 6일 정부는 일제 치하 한국인들의 강제징용 피해보상 해법을 발표했다. 소위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이다. 가해 기업들의 직접적인 피해보상이 아닌 간접적인 보상방안이다.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부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했고, 피해자와 유족 측은 일본의 사죄를 강조했다. 친일과 반일의 프레임이 등장했다.
일본에서 생활하고 일본인들과 가깝게 지내보았던 필자로서는 친일과 반일의 중간지대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 일본에 대해 사죄를 주장하는 직접 피해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로부터 빌려온 것이기도 하다. 일제 치하의 기억이 전혀 없는 세대들의 미래는 어찌해야 할까. 파스칼은 인식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억이 없으면 존재도 없고 영원한 기억도 없다.
예수님은 용서의 메시지를 들고 세상에 오셨다. 용서하면 평화가 온다.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면 내 자신도 용서하지 못한다. 이제 일본을 용서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적어도 우리 기독교인의 해법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김봉현 전 호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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