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스 비축량 12년래 최고…"脫러시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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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비축량이 12년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집행위원은 한 외신에 "EU 가스 저장고가 절반 이상 채워져 난방철(겨울)을 편안히 보낼 수 있게 됐다"며"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가스 비축량이 늘어난 만큼 러시아산 LNG 수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EU가 가스 비축량을 늘린 요인 중 하나로 러시아산 물량을 대폭 늘린 게 꼽힌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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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러시아산 수입 늘고, 따뜻한 날씨로 수요는 줄어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비축량이 12년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을 크게 늘린 데다가 지난 겨울 온화한 날씨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유럽에선 이 기회에 '에너지 무기화'를 일삼는 러시아의 가스 수입선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스 비축량 확대의 주요 공신이 러시아란 점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가스 인프라스트럭처 유럽(GIE)에 따르면 이달초 EU의 가스 비축량은 저장고의 55.7%를 기록했다. 4월초 기준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이는 이전 5년 평균과 비교해도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EU의 가스 비축량은 계속 늘어나 이달 중순 기준으로는 56.5%까지 올라갔다.
EU 집행위원회는 11월초엔 가스 비축량이 저장고의 9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에선 이보다 3~4개월 앞선 7~8월에 가스 저장고를 대부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집행위원은 한 외신에 "EU 가스 저장고가 절반 이상 채워져 난방철(겨울)을 편안히 보낼 수 있게 됐다"며"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면 몇몇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스 비축량이 늘어난 만큼 러시아산 LNG 수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EU가 가스 비축량을 늘린 요인 중 하나로 러시아산 물량을 대폭 늘린 게 꼽힌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2022년 EU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LNG는 221억㎡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원유가격 상한제가 적용되는 석유·석유제품과는 달리 러시아산 가스는 제제를 받지 않아서다. 지난 겨울 유럽 날씨가 예상보다 따뜻해 난방 수요가 줄어든 것도 비축량 확대를 이끌었다.
EU 일각에선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줄여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전쟁자금을 마련하려는 크렘린궁의 돈줄을 조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러시아산 가스를 석유처럼 제재 대상에 올릴 경우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보복 조치에 나서며 가격이 급등,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가스 가격도 작년보다는 안정됐지만 여전히 높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로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네덜란드 TTF 선물은 지난달에만 20% 넘게 올라 메가와트시(MWh)당 55유로를 기록하기도 했다(올해 4분기 인도 예정 기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평균가 14.6유로와 비교하면 4배 가량 뛰었다.
앤 소피 코르보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 리서치 교수는 "유럽 정책입안자들의 러시아산 LNG (수입) 억제 노력은 지나친 자신감의 표시로 보인다"며 "러시아산 LNG 수입을 중단하면 푸틴의 보복을 비롯해 글로벌 가스 시장에 여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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