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기꾼·돈의 매수, 자유민주주의 위협"…대통령실 "일반적 현상"(종합)

이기민 2023. 4. 19. 17: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2년 연속 4·19 기념식 참석
피와 땀으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위기
선동·가짜뉴스·협박과 폭력이 민주 시스템 왜곡
전체주의 지지하지만 민주주의 운동가 행세해
3월 민주주의 정상회의 이어
자유민주주의 수호의지 재확인
文정부·야권 비판이라는 분석도
대통령실 "세계적·일반적 사례 얘기" 해명
기념식 앞서 유영봉안소 참배
유공자와 유족에 위로 메시지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짜뉴스의 유포, 북한 등과 같은 독재 및 침략행위와 인권 탄압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적으로는 노동계와 시민운동계의 간첩 혐의 적발·야권의 친일 프레임, 전임 문재인 정부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강경한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도 관측된다. 대통령실은 다만 특정 세력을 지칭한 것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일반적 발언이라고 해석을 경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진행된 제63주년 기념식 참석해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기념사에서 "민주주의를 국민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며, 자유를 지키기 위한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라며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과 폭력 선동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전체주의를 지지하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거짓과 위장에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 기자가 "허위 선동, 돈의 매수 등 단어 등장의 배경과 사례 등을 묻자 이 관계자는 고(故)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를 인용,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노래한 적 있다"며 "지난달 민주주의 정상회의 화상회의 주재하면서 가짜 뉴스와 반지성주의가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거의 모든 지도자가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이고, 같은 맥락"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2차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주재하며 말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당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권위주의 세력들의 진영화에 더해 반지성주의로 대표되는 가짜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며 가짜뉴스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사상에 따른 법치를 통해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각국 정상들에게 피력한 바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당시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도·태평양지역회의에서 "민주주의라는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함께 연대해 초국가적인 부패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는 발언이 현장에서 추가된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염두에 둔 발언이냐', '사기꾼을 염두에 둔 세력이나 인물이 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정오 무렵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는 63년 전 의연하게 일어선 시민의 희생에 크게 빚지고 있다"며 함께 쓴 '껍데기는 가라'의 구절 이 관계자가 오후에 인용해서다.

간첩 행위가 적발된 일부 노동조합, 시민단체 이외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임 문재인 정부, 야당에 대한 비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 추진' 방안을 내놓고 민간단체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히며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연평균 4000억원 정도가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서는 청소년 동아리 지원사업비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정치단체로 지원된 사례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이권 카르텔 행위를 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고 무분별한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5년간 이룬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함께 이룬. 그래서 대한민국이 성취를 한 것인데"라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최근에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의원 20여명이 연루됐다는 '돈 봉투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돈에 의한 매수' 발언이 이를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특정한 사안이라기보다는 윤 대통령이 일반적인 현상을 통틀어 얘기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볼 때도 전혀 민주주의 관련이 없는 세력이 민주주의자를 참칭하면서 나라 어지럽히는 사례가 많아서 그런 사례를 제시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입장하면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국가가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4·19 유공자와 유족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해 횃불을 높이 들었던 학생과 시민의 위대한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지난 오랜 시간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국격을 바로 세운 4·19혁명 유공자들을 한 분, 한 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후세에 전할 것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조국을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신 분들을 찾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끝까지 기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부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4·19혁명이 전개된 지역의 학교 기록을 포함해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공적이 확인된 31명에게 건국포장을 서훈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오늘 기념식에서 이 중 5명에 대해 직접 건국포장증을 친수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기념식은 10주기 기념식에만 대통령이 참석하던 관례를 깨고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참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당선인 신분으로 제62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국립 4·19국립묘지에 안장된 507위의 유영(遺影)이 봉안된 유영봉안소를 찾아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과 함께 참배했다. 이후 고인들의 사진을 본 후 방명록을 작성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해 유영봉안소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윤 대통령은 4·19혁명 유공자들을 한 분, 한 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도 조국을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신 분들을 찾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기념사에서 밝힌 바 있고, 이에 따라 유영봉안소 참배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앞서 유영봉안소를 참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