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에서 사망… 이송체계 손보지 않으면 뇌졸중은 곧 사망선고

오상훈 기자 2023. 4. 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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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 뇌졸중 환자의 예후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치료법의 발전으로 환자 약 70%는 별다른 후유증 없이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런데 수술할 의사나 입원 공간이 없어서 사망하는 환자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은 “국내 뇌졸중 치료 현황은 통계로 봤을 때 아직 괜찮지만 곧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급격한 고령화로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하면 치료를 못 받는 환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대한뇌졸중학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졸중 치료 체계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119·전문의료진 연결하는 컨트롤타워 필수”
지난 3월 대구광역시에서 외상을 당한 10대 청소년이 대구 시내를 2시간여 동안 전전하다 사망했다. 환자는 건물 4층 높이에서 추락, 발목과 머리를 다친 후 119에 이송돼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치료 가능한 병원이 없었고 구급차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 지난해 8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 상태가 위중해 개두술을 해야 했지만, 당직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뒤 사망한 것이다.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들이다.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는 필수중증환자 이송 및 전원 응급의료체계가 20년 이상 반복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핵심은 119에서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못 찾는다는 데 있다”며 “119에서 응급실하고 소통을 하다 보니 응급실 여력에 따라 환자를 받게 되는데 이러면 전문의료진의 판단이 배제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발표된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2023~2027)에서도 관련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뇌졸중은 환자의 중증도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국내 응급의료이송 체계가 전문진료과와 연계되지 않아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자발적으로 한두 개 병원에서 119와의 연계를 통해 중증 환자를 구분하는 권역기능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보상과 인력 기준이 없다.

응급의료이송 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관제센터가 필요하다. 관제센터는 119 구급대와 전문진료과 연계 시스템 및 치료 전체 과정을 관리하고, 환자의 최종 이송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배희준 이사장은 “중증응급의료센터가 필수 중증 환자의 최종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응급신경학 전문의 기반의 1차 진단 및 원스탑(One-stop) 진단 치료가 가능해야 하고,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환자의 진단, 이송, 치료관리를 컨트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졸중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일을 막으려면 응급의료체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오상훈 기자
◇합격자 83명 중 5명만 뇌졸중 지원, “10년 뒤 수술 어려울 수도…”
필수중증의료 중에서도 특히 뇌졸중은 미래가 암울하다. 전공하려는 전문의가 없기 때문. 올해 신경과 전문의 시험 합격자 83명중 5명만 뇌졸중 전임의로 지원했다. 현재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14개 중 1개 센터에만 뇌졸중 전임의가 근무중이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은 “전공의 없이 교수가 당직을 서는 대학병원이나 수련병원이 늘고 있다”며 “지금의 추세라면 5~10년 뒤 연간 10만 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뇌졸중 의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수술 시간과 잦은 당직은 둘째 치고 수가가 너무 낮다. 뇌졸중 치명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 수가는 13만3320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6인실 병실 일반과의 17만1360원보다 낮다. 심지어 응급의료센터에는 전문의 진찰료, 관찰료 등이 수가로 산정되는데 신경과 전문의가 뇌졸중 의심 환자를 진료하면 진찰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면 병원도 투자하고 운영하는 데에 부담이 따른다.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과)는 “24시간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뇌졸중 환자를 진료해도 근무 수가가 2만7730원 수준밖에 되지 않아 병원에서는 사실상 뇌졸중 센터를 무리하면서까지 투자하고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뇌졸중에 대한 수가 개선 및 신설이 필요하고,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가를 간호간병통합 병실료보다 최소 1.5배 이상 상향 조정해 필수 중증 분야가 젊은 의사들이 지원하고 싶은 분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환자 이송·전원 컨트롤타워로 세우고 뇌졸중 관련 수가를 개선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높은 투자라고 설명한다. 배희준 이사장은 “뇌졸중 치료 목표는 사망률 감소가 아니라 얼마나 일상으로 잘 돌아가는 지와 관련된 기능적 예후”라며 “뇌졸중 환자들을 관찰한 뒤 그 비용을 분석했더니 후유증이 심해 5년 간 누워있던 환자들에게 발생한 비용은 2억5000만원, 걸을 수 있는 환자들은 5000만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뇌졸중 치료는 골든타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빠르게 치료받도록 하는 조치들이 중요하다”며 “현재의 응급의료기본계획은 미래의 환자들이 더 많이 누워있도록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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