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기 주차, 이 벤치서 2억 전달’ 사진 제출한 유동규

이형민 2023. 4. 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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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 정치자금 사건 재판부에 2억원 금품 전달 당시 함께 담배를 피웠다는 벤치 등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가 김 전 원장에게 불법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은 2021년 4월(1억원), 6월 초(3억원), 6월 중(2억원) 등인데, 이번 자료 제출은 2억원 전달 증언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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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정진상 재판 ‘디테일 싸움’
유씨, 본인 발언 뒷받침하기 위해 부심
재판부도 증언 신빙성 유심히 따지는 중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 정치자금 사건 재판부에 2억원 금품 전달 당시 함께 담배를 피웠다는 벤치 등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 증언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 유무죄 심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재판은 ‘디테일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씨 측은 최근 김 전 부원장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에 사진 및 동영상 증거를 제출했다. 유씨가 김 전 원장에게 불법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은 2021년 4월(1억원), 6월 초(3억원), 6월 중(2억원) 등인데, 이번 자료 제출은 2억원 전달 증언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가 당시 김 전 원장을 만나러 갔을 때 차를 주차한 장소, 돈을 전달한 뒤 함께 담배를 피웠다는 공원 벤치 등을 특정해 ‘셀프 현장 검증’을 하고 이를 영상 자료로 제출한 것이다.

유씨가 직접 변호사와 돈 전달 장소로 특정한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 인근 북측도로를 찾아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변호인에게 “직접 와보니 확실히 기억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지난달 16일 공판에서 2억원 전달 진술을 두고 언성을 높이며 충돌했었다. 김 전 부원장이 발언 기회를 얻어 유씨에게 “돈 전달 현장에 가보기는 했나”면서, 인터넷 포털 지도에서 보고 지어낸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따졌다. 이에 유씨는 “그 부근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며 얘기했던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당시 반바지를 입어 모기에 많이 물렸다고도 했다.

이 사건 담당 재판부가 역시 맡고 있는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뇌물 사건 재판에서도 디테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유씨의 ‘변심한 입’에서 비롯된 사건들이라, 유씨는 본인 말을 뒷받침하는 자료 제시에 부심하고 재판부 역시 발언의 신빙성을 세세히 따지는 모습이다.

유씨는 지난 18일 정 전 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9년 9월과 2020년 10월 각각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에서 당시 자신이 봤던 정 전 실장 자택 구조를 직접 그림으로 그려가며 재판부에 돈 전달 정황을 설명했다. 재판부도 “집에 중문이 있었느냐” “맞은편은 방이냐, 화장실이냐” 등 집 구조에 대해 꼼꼼히 물었다.

한 고법판사는 “뇌물을 비롯한 금품수수 사건에서 돈을 준 사람의 진술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유·무죄를 가를 수 있는 굉장히 강력한 물적 증거”라며 “그렇기에 재판부 역시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면 말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진술인지 등을 검증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술을 뒷받침하거나, 반대로 깨는 각종 디테일들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재판부에 제시하느냐가 사활을 건 법정 공방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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