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설서 나온 "돈에 의한 매수"…굳은 얼굴로 지켜본 이재명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은 여러모로 전례와 달랐다. 기념사부터 그랬다. 4·19정신을 받들어 정부의 정책 비전과 구상을 밝혀왔던 통상의 기념사와 달리,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 비판과 허위 선동으로 인한 ‘자유 민주주의의 위기’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며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한 뒤 이 대표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기념사엔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겨냥한 듯 ‘돈에 의한 매수’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는 늘 위기와 도전을 받고 있다”며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많이 봐 왔다”며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이것은 가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오후 브리핑에서 ‘돈에 의한 매수’가 “우리나라 정치권을 염두에 둔 발언이냐”는 질문에 “특정 사안이라기보단 일반적인 현상을 통틀어 이야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념식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악수를 한 뒤 기념식 첫째 열에 앉아 굳은 얼굴로 연설을 지켜봤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기념사는 윤 대통령이 전날 늦은 밤까지 직접 고쳐가며 준비한 내용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 정부는 어느 한 사람의 자유도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4·19정신이 국정 운영뿐 아니라 국민의 삶에도 깊이 스며들게 하겠다”며 “4·19혁명 유공자를 한 분, 한 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후세에 전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앞서 유영봉안소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인 신분일 때 이어 올해도 연이어 4·19 기념식을 찾았다.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에도 4·19 국립묘지를 찾아 4·19 학생혁명기념탑을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4·19 희생자 507위의 유영(遺影)이 봉안된 4·19 국립묘지의 유영봉안소도 참배했다. 방명록엔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4·19혁명 열사의 용기와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글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참배 뒤 기념식장으로 이동하던 중 묘역에 들려 영령을 추모했다.

윤 대통령은 4·19 시국선언을 주도했던 고 변희용 교수의 아내였던 고 박순천 전 국회의원의 묘역을 본 뒤 “민주당 내 구파와 신파를 아우르는 동시에 공화당과의 정치 갈등도 조정하신 분”이라며 “타협의 정치에 능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4·19 유공자 및 유가족과도 일일이 악수하며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과 동행한 박민식 보훈처장은 통화에서 “열사들과 과거 정치인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윤 대통령이 세세히 그분들의 일화와 사연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4·19혁명이 전개된 지역의 학교 기록을 포함하여 현지조사를 하고 이번 기념식에 맞춰 31명에게 건국포장을 서훈했다. 그중 5분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직접 수여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