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서민 주거사다리” 빌라 전세 비중 역대 최소 [전세사기 추가지원]

빌라 전세, 전체 거래의 54.0%…1분기 기준 가장 적어
“전세 불안감에 전세 비중 줄고, 준월세·준전세 늘고”
정부, 피해자 주택 경매 일시중단·유예 추진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뉴시스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의 여파로 서민 보금자리로 여겨지던 빌라(다세대·연립) 전세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특히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단 월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2만7617건으로 이 중 전세 거래량은 1만4903건, 전체 거래의 54.0%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도 빌라 전세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노원구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노원구의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424건으로 나타났고, 이 중 전세 거래는 179건으로 전세 비중이 42.2%로 집계됐다.

이어 종로구 42.6%, 강남구 43.0%, 송파구 44.8%, 서대문구 46.0%, 관악구 46.3%, 중구 47.0%, 서초구 49.9% 등으로 전세 비중이 50%를 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세에 일정부분을 월세로 대신하는 준월세와 준전세의 비중은 상승세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준월세, 준전세 거래량은 각각 8417건, 3223건으로 계약 비중이 30.5%, 11.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준전세 비중의 경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차 계약은 전세와 월세가 낀 월세, 준월세, 준전세로 분류된다. 월세의 경우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를 뜻하고,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말한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의 문제로 빌라 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세 비중은 점점 줄고, 준월세나 준전세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빌라 갭투자가 줄어들며 매매거래도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거래 집계 결과, 2월 전국 빌라 매매는 5703건으로 전국 주택 거래량(4만1191건)의 13.8%을 차지했다. 한국부동산원이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비중이다.

한편,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상황이 심각함에 따라 정부가 전세사기 추가 지원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 회수를 못 하는 문제와 관련해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정 기간 경매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