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지 "허가는 끝이 아닌 시작…계속 혁신해나가겠다"
강성지 웰트 대표 인터뷰
"기존 디지털 헬스케어와 다른 새로운 방식"
궁극적 목표는 '초단기예측'…응급상황 등 예측
성공적 상용화 위해서는 '혁신계정' 도입 필요
"제약사의 방식으로 디지털을 보는 '디지털 제약회사'를 만들겠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초단기 예측'이 가능한 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19일 웰트가 개발한 불면증 치료 디지털 치료기기(DTx, 디지털 치료제) '필로우Rx(웰트-I)'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에 성공했다. 이날 아시아경제와 만난 강성지 웰트 대표는 "허가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앞으로의 과정을 묵묵히 진행시켜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강 대표가 DTx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삼성전자 내 헬스개발그룹에서 일하면서였다. 이후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을 통해 스핀오프에 나선 강 대표에게 2017년 약물중독 치료 DTx '리셋(reSET)'의 사상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는 생경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정확히 환자를 타깃한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왔지만 FDA 허가까지 될 것이란 생각은 못했었다"며 "시장 형성 본격화됐고 마침 식약처 등 정부에서도 제도 마련에 나서면서 기대감을 갖고 DTx 개발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강 대표는 "DTx는 기존의 디지털 헬스케어 접근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디지털 제약회사'를 표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은 병원이나 국가 중심으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대상도 명확하지 않은 데 비해 DTx는 환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짜이는 만큼 다른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약사는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고, 적게 팔더라도 제값을 받는 데 집중하지 않느냐"며 "디지털로 건강을 보는 게 아니라 제약사의 방식으로 디지털을 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웰트가 본격적인 DTx 개발에 앞서 스마트 벨트를 먼저 개발한 것도 같은 이유다. 강 대표는 "일반인에게는 그저 허리둘레나 걸음을 측정하는 기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도 실제로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며 "벨트를 통해 화장실 가는 주기를 확인해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의 케어에도 쓸 수 있고, 파킨슨병·근감소증처럼 걸음으로 징후가 나타나는 질환의 확인에도 쓰이는 가능성을 예상하고 만들었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는 '진화'를 꼽았다. 강 대표는 "시작한 시점보다 누가 더 빠르게 진화하는지가 중요한 시장"이라며 "그동안 이를 위한 환경과 토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진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웰트는 개발 환경을 회사 내부에 완비하는 데 주력해 왔다. 강 대표는 "혁신을 위해서는 서버, 데이터분석, 품질관리, 이상보고 등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며 "기획·개발에 관한 내용은 회사 내에 그 토대가 모두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이 같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혁신의 일환으로 필로우Rx는 허가 임상 과정에서 비대면 임상을 도입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비대면 임상을 통해 상시적으로 임상을 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며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수집되고, 단 하나의 임상센터만으로도 다양한 지역의 환자에 대한 임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가 임상 단계뿐만 아니라 상용화 후에는 품질관리 시스템이 될 수 있다"며 "해외 진출 시에는 가교임상이나 실세계데이터(RWD) 확보를 위한 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강 대표와 웰트의 혁신은 '초단기 예측'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강 대표는 "이 같은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면, 환자에게 20~30분, 또는 2~3시간 후에 생길 응급상황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미리 예견해 조치를 할 수 있다면 환자의 증상 악화를 미연에 막아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2호 DTx'까지 나왔지만 아직 국내 상용화의 성패는 안개 속에 갇혀있다. 성공의 선결조건이라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 급여화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하기도 한 '혁신계정'이 최적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혁신계정은 안전한 혁신의료기술의 근거 창출 기간에는 건강보험에서 별도 보상을 하는 제도다.
강 대표는 "혁신계정을 활용한다면 제품의 성능과 시장의 수요에 맞춘 정부의 재원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과 "진화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진화하지 않는 기업이 나타날 위험성도 크다"는 점 등에서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FDA 승인 DTx를 무려 3개나 보유하며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페어 테라퓨틱스가 파산을 신청한 데 대해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의 부재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 만큼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에서도 혁신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추가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도 이미 궤도에 올라섰다고 전했다. 웰트는 보스턴에 미국 지사를 마련하고 페어 테라퓨틱스 출신의 김주영 이사를 미국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강 대표는 "현지에 구축된 네트워크를 토대로 임상에 준하는 실세계증거(RWE)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며 "이 같은 입증을 이어가면서 한국에서 했던 과정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현지에 맞는 연구를 진행해나가고자 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또한 필로우Rx의 고도화를 이어가는 가운데 다음 파이프라인으로는 "이미 섭식장애 DTx에 대한 확증임상을 시작했다"고 예고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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