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 감독 "'이걸 살리네'... 이제훈 연기에 희열 느껴"
[손화신 기자]
억울한 이들 편에 서서 빌런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며 안방극장에 속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 <모범택시2>. 배우들의 열연이 표면으로 드러났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쓴 제작진이 있다.
19일 진행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오상호 작가, 이단 감독의 서면 인터뷰를 전한다.
▲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오상호 작가 |
ⓒ SBS |
이단 감독은 연출을 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시청자들이 전편을 사랑해주셨던 이유 중 하나는 잔혹한 현실의 디테일한 묘사와 사회고발적인 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놓지 않으면서도 도기의 부캐 플레이를 해치지 않는 방법, 마냥 무겁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가장 신경 썼다"라고 답했다.
또한, 이단 감독은 피해자 역할의 배우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배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이라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지도가 낮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흔적이 잘 묻어 있는 곳을 담기 위해 촬영하기 협소하고 먼 곳이어도 찾아가서 찍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치킨집 사장님의 상처투성이 손 분장, 할머니가 꼬깃꼬깃하게 모은 장롱 속 쌈짓돈이라든지, 시청자들이 피해자들의 사연을 가까운 곳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이미지적인 디테일들을 챙기려고도 애썼다"라고 덧붙였다.
이제훈-김의성-표예진-장혁진-배유람-신재하 등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어떨까. 이 질문에 오상호 작가는 "배우들이 무조건적으로 저를 믿어줬다. 대본을 건네면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란 의견도 없었다. 작가로서 가장 큰 영광이자, 동시에 정말 좋은 대본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오상호 작가 |
ⓒ SBS |
"이제훈 배우는 항상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상대배우가 조금 휘청거리더라도 (실제로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괜찮아, 당신이 못해도 이 신 내가 살려줄 수 있어, 걱정 마'라는 자신감이 보인다. 매사 진지한 것 같은데 의외의 순간 뜬금없이 터지는 애드리브를 잘 치는 걸 보면 참 유연하단 생각도 들더라." (이단 감독)
김의성에 대해선 "여유가 넘치면서도 정확하다. 교구장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워 미친놈아'라고 차분하게 교양 넘치면서도 포스 있게 일갈하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의성 배우가 유일하지 않을까? 이 대사 역시 배우의 애드리브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표예진에 대해선 "실제로 체구도 작고 가냘프고, 깍듯이 예의바른데 고은이 연기를 할 때마다 대범해지고, 또 대본에 적힌 지문보다 더 과감하게 연기할 때가 있어서 놀라웠다"라고 말했고, 장혁진-배유람에 대해선 "짧은 신이어도 엄청나게 연구해와서 현장에서 다채롭게 펼쳐주셔서 감동 받았다"라고 밝혔다. 신재하에 관해선 "스태프들이 신재하 배우를 정말 좋아했다. 매우 선한 영혼을 가진 배우고, 그릇이 큰 배우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이단 감독 |
ⓒ SBS |
그렇다면 주변의 시청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이단 감독은 "'현실에도 김도기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볼 때 가장 기뻤고 또 서글펐다. 저 역시 그 마음으로 시즌2를 만들었다"라고 답했다.
시즌3 제작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이 질문에 오상호 작가는 "무지개 운수 다섯 명이 없는 '모범택시'는 상상하기 힘들다"라며 다섯 명과 시즌3를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이단 감독은 배우들뿐 아니라 작가도 언급하며 "'모범택시'의 컬러는 작가님께서 창조하신 것이기 때문에 작가님도 꼭 같이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오상호 작가는 한 시청자가 남긴 글을 언급했다. 자살을 생각하던 중에 우연히 <모범택시>를 보고,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만 살아있자는 생각을 했다는 내용의 글인 것. "그러다 시즌2를 기다리게 됐고, 아직 살아서 글을 쓴다, 위기를 넘겼다"는 요지의 글을 읽고서 오상호 작가는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라는 메시지가 한 분에게 가 닿았다는 것이 뭉클했고 힘이 되었다"라고 밝혔다.
"'법대로 해' 라는 말이 가해자들의 무기로 쓰이고, 피해자들에게 협박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모범택시의 운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 우리는 당신의 억울함을 듣고 싶습니다.'" (오상호 작가)
▲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현장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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