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 능력 뛰어넘는 기계 기반의 지능체는 필연”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AI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인류가 AI의 지배를 받는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 IT 기업가와 석학들은 AI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6개월 정도의 ‘쉼표’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발전 속도를 잠시 늦추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배재경 업스테이지 테크팀장은 AI를 탑재한 ‘기계 지능체’가 출현하고, 인류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건 ‘필연’이라고 본다. 무한에 가까운 연산 속도와 지치지 않는다는 기계적 특성이 결합하면 ‘기계 지능체’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는 섬뜩한 예측이다. 배 팀장은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서 AI 프로덕트를 총괄하는 전문가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배 팀장을 만나 생성형 AI의 발전이 불러올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생성형 AI 발전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어떻게 가능한가.
“AI가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은 패턴을 인지하고 배우는 것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언어는 패턴화가 어려워 학습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언어에도 패턴이 있다는 것을 AI가 분석하게 됐다. 넓은 맥락에 담긴 패턴을 학습한 뒤, 결과물로 도출하는 단계까지 가능해지면서 생성형 AI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AI가 높은 수준의 패턴까지 빠르게 찾아내고 있다.”
-여전히 인간과 차이점이 큰 것 같다.
“AI의 학습 과정을 보면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 비슷한 측면을 많이 발견한다. 인간도 패턴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로 볼 수 있다. 어떤 기제가 인간에게 작용하면 그에 맞는 반응이 나오는 식이다. 가령 슬픈 상황이나 분위기라는 일종의 감정적 자극이 가해지면 눈물을 흘리는 반응을 보이는데 일종의 행동 패턴이다. AI도 감정이 발생하는 패턴을 학습하면 인간이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은 감정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인간이 만든 결과물과 차이가 없다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지는 못할 것 같은데.
“인간의 창의성 역시 AI가 학습하는 중이다. 과거에 창의성은 인간 고유 영역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고차원적인 추론은 인간만의 능력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가 발전하는 과정과 속도를 보면 창의성도 인간 고유 영역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인간이 창의적 활동을 하는 패턴을 AI가 학습하면 얼마든지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할 수 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기계 기반의 지능체는 반드시 만들어질 것이고, 인간보다 더 똑똑할 것이다. 에너지도 인간과 달리 무제한이고, 연산 속도도 인간보다 빠르다. 인간은 책 한 권을 학습하는데 여러 시간 걸리지만, 이런 지능체는 시간이 무의미할 정도로 빠르게 학습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런 AI 시대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올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챗GPT의 등장 이후 발전 속도를 보면 살아 있는 동안 실현될 거란 생각이 든다.”
-생성형 AI를 둘러싸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생성형 AI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진영 경쟁’을 유심히 봐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하는 ‘폐쇄진영’과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오픈소스 진영’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다. 애초에 AI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AI 모델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하고, 이를 모두가 발전시키거나 검증하는 식으로 시장을 만들어왔다. 현재도 여러 개발자가 자체 생성형 AI 모델의 소스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등 빅테크들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어떤 진영에 무게가 쏠릴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오픈소스 진영이 빅테크를 이길 수는 없지 않나.
“오픈소스 진영에서 효율적인 AI 모델이 나온다면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오히려 많은 기업이 비용 측면을 고려해 오픈소스 진영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생성형 AI를 구축하고 서비스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최소한의 데이터 학습만으로 대형언어모델(LLM)과 비슷한 성능을 내는 AI를 활용하고 싶어한다. 오픈소스 진영에서 이를 가능케 하는 소형언어모델(sLLM)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도 얼마든지 생성형 AI를 구축하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생성형 AI 발전은 후발주자에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후발주자도 얼마든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반도체와 같은 기술은 후발주자가 수년 동안 비용을 쏟아부어도 격차를 좁히기 힘들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서비스는 다르다. 기업이 양질의 자체 데이터를 확보한 뒤 오픈소스를 활용해 sLLM을 구축하면 얼마든지 독자적인 서비스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 특정 서비스는 빅테크보다 더 좋은 품질로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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