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아직도 80시간 초과 근무… 필수 의료과 인력 부족이 주 원인
◇과로하는 전공의, 환자 안전에 치명적
먼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발제문을 통해 전공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려면 크게 4가지, ▲연속근무 24시간 제한 ▲주 80시간 근로, 단계적 감축 ▲불법 관행(근로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눈속임, 공정하지 않은 수련계약 등) 근절 ▲시급 1만원 수준 급여 인상과 포괄임금제 폐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속근무 제한을 강조했다. 현재 전공의 66.8%는 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전공의 사망 원인 중 하나로 36시간까지 과도한 연속 근무를 강행하는 게 하나의 원인으로 꼽혀, 최근 산업재해로 인정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24시간 내 최소 11시간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첫 번째 발제문을 발표한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은 전공의 당사자 인권 보호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보건 의료인의 과도한 노동 시간이 환자 안전에 위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젊은 의사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된 것"이라며 "2022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10명 중 7명은 안전사고와 연관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있으나, 중재를 통해 16.9%의 의료사고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열악한 근로 환경에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겠다는 트렌드가 새로 생기고 있어 인기과 쏠림, 필수 의료·공공 의료 문제를 감안했을 때 전공의 근로조건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특별 근로법이 오히려 필요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두 번째 발제를 한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전공의 특별법이 그나마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데 기여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더 진전되는데 하나의 제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공의 역시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운송업종 종사자와 보건업 등에 한해서는 상한 근로 시간인 52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특례제도가 있다. 김형렬 교수는 "의료인도 노동자로서 건강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주 노동 시간이 60시간 이상인 사람은 40~50시간 일하는 사람보다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4.5배 더 높고, 야간 노동은 우울증 위험을 43%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전공의 근로 시간은 줄어야 하는 이유는 매우 많다. 실제로 감축한 여러 나라 사례도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선 쉽게 실현되지 않는 걸까? 당장 단기적인 문제로는 전문의 근로 시간이 줄었을 때 대체해 일을 이어갈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젊은의사협의체 보건정책위원회 한석문 위원은 "전공의 근로 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이 2017년 시행됐을 때 어느 정도 잘 굴러갈 수 있었던 이유는 상급연차 전공의, 임상강사, 교수 등이 업무를 분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며 "여기서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을 줄였을 땐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미 상당수가 과도한 근무 시간으로 번아웃을 겪고 있었다는 고려대의대 의학교육학 이영미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있다. 한석문 위원은 "전공의 근로 시간을 줄이려면 노동 여건을 면밀히 살펴본 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첫 번째 근본 이유는 의료 인력 쏠림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감사 김상걸 교수는 "전공의 업무가 과다한 이유는 환자가 몰리는 필수 중증 의료과에 인력이 없어서다"며 "현재 밤에는 한 의사가 100명 정도의 환자를 봐야 하는데, 이건 거의 의료 후진국과 비슷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 8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전공을 살펴본 결과 ▲흉부외과(100%) ▲외과(82%) ▲신경외과(77.4%) ▲정형외과(76.9%) ▲인턴(75.4%) 순으로 초과 근무를 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필수 중증 의료 과목에 쏠려 있었다. 김상걸 교수는 "10~20년 후엔 수술할 의사가 없어 환자가 사망하는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해결책은 ▲의료 수가를 높여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의대 졸업 후 1년간 인턴 과정 수련을 하거나 필수의료 수련 후에야 개원을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인턴 과정에 필수의료 수련을 넣고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두 번째 근본 이유로는 환자들이 모두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환자가 많다 보니 많은 전공의가 수련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업무도 과중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료기관별로 주 80시간보다 초과근무 비율을 살펴보니 소형병원에선 36%만이 초과근무를 했지만, 대형병원에선 60.3%가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 김상걸 교수는 "국가에서 수련제도를 지원해 정부가 고용하고 병원에서 간접 채용을 하도록 하면, 정부 요구에 의해 지자체 공공병원으로 인력을 차출할 수 있고, 코로나19 등 대규모 재해가 발생해도 의료 붕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복지부 "논의 이어가고 있어"
다행히 국가에서도 전문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논을 지속해 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이기욱 사무관은 "전공의 연속 근무 시간 개선, 근로 여건 개선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필요성을 굉장히 공감하고 있다"며 "먼저 전공의가 수련생과 근로자로서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 전공의 근로제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부족해지는 수련병원 인력 수급문제, 전공의가 피교육생으로서 정당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련 교육 체계 등을 동시에 고민해 사전 준비가 충실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인 필수 의료 분야 강화 문제도 정부에서 협의기구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기욱 사무관은 "복지부는 권역별, 지역별 의사 근무 실태, 인력 수급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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