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그 입 다물라" vs. 윤희숙 "꼰대 기질 내보이지 마라"

곽우신 2023. 4. 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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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윤희숙 전 의원과 온라인 설전... TK 신공항 논쟁이 감정 싸움으로

[곽우신 기자]

"그 입 이제 그만 다물고, 정치권에서 기웃대지 마라." -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제발 이런 꼰대 기질을 자랑스럽게 내보이지 마십시오." - 윤희숙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설전을 벌였다.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유치를 두고 둘러싼 논쟁이었으나, 표현 수위가 거칠어지며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는 모양새이다. 사실상 TK 신공항에 대한 여권 내 엇갈린 여론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모양새이다.

윤희숙 "예타 면제, 의도 너무 명확... 어처구니 없다"
 
 지난 2020년 8월 윤희숙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을 하고 있다. 2020.7.30
ⓒ 연합뉴스
 
발단은 윤희숙 전 의원의 지난 14일 인터뷰였다. 윤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야가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완화하기로 뜻을 모으는 데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도 "그런데 그거를 지금 총선 1년 전에 하는 거잖느냐. 이거는 의도가 너무 명확하잖느냐"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여 앞두고 "총선 표를 더 얻기 위해서 지역 사업을 막 벌이겠다는 거고, 놀라운 것은 완전히 여야의 진정한 번개의 협치, 정말 번개의 속도로 협치가 일어났다"라며 "그러니까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라는 비난이었다.

이어 "그런데 여기서 누가 더 상처를 받느냐? 재정건전성을 정권의 목표로 내세운 여당"이라며 "여당의 도덕성이 지금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이다. 저는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공항 만들어 놓으면 어마어마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데 전에 어딘가? 무안인가?"라며 "동네 주민이 고추 말리는 사진이 굉장히 (화제가 됐었다)"라고도 언급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윤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게 꼰대 이미지"라며 "그런데 홍준표 시장께서도 여기 통화하다가 끊어버리시고 이러는 것도 그것도 좀 놀랍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자 뒤늦게 홍준표 시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땅투기 혐의로 의원직까지 사퇴했던 사람이 조용히 반성하며 사는 줄만 알았더니 요즘 부쩍 언론에 나타나 좁은 식견으로 좌충우돌 하고 있다"라고 윤 전 의원을 저격했다.

그는 "항공정책과 국토균형 개발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 KDI 근무 했던 소소한 그 경력으로 TK 신공항을 고추 말리는 공항 운운 하며 폄하하고 떠드는 것은 가소롭기도 하고 기막히기도 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총선과 개각이 다가오니 또 설치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TK 신공항을 이상한 인터뷰어와 함께 비아냥대는 그 말은 용납하기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그 입 이제 그만 다물고 더 이상 정치권 근처에서 기웃거리지 마라"라며 "더 이상 그런 응석은 받아 주지 않는다"라고 글을 마쳤다.

홍 "정치권 기웃거리지 마라" vs. 윤 "기웃대지 말아야 할 사람 누구냐"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월 16일 오후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 조정훈
 
윤 전 의원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일단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라며 "땅 투기 혐의로 의원직을 사퇴했다는 말을 두 번째로 하시는데, 검사까지 하신 분이 사실관계의 중요성을 모르실 리가 없으니 이쯤 되면 교묘한 의도적 왜곡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부친'의 농지법 위반 혐의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부친은 이미 땅을 매각해 차액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셨다"라며 "당시 본인과 가족의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12명 중 도의적 책임을 진 유일한 사람으로서 저는 제 사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저는 TK 신공항에 대해 평생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TK 신공항이 사업 타당성과 정책적 정당성을 가졌는지 전혀 아는 바 없기 때문"이라며 "제가 방송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예비타당성 기준을 완화하는 번개 같은 여야 협치로 인해 전국이 총선 공사판이 될 우려에 대해서"라고 강조했다. "무안공항에서 고추를 말리는 사진은 이미 유명하며, 앞으로 건설될 어떤 공항에서도 그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시장님 생각은 다르신가 보다"라고도 꼬집었다.

윤 전 의원은 "제발 이런 꼰대 기질을 자랑스럽게 내보이지 마시라. 이런 게 국민의힘 이미지를 망치는 것"이라며 "제가 후배이지만 엄연한 전문인이며 정치인인데, '응석'이라니? 50 먹은 전문인에게 70이 응석이라 하는 정당을 20·30대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입 다물고 정치권 근처에서 기웃대지 말아야 할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걸 제발 깨달아주시라"라며 "열린 마음으로 젊은 세대를 존중하고 쓴소리도 여유 있게 받아들이는 멋진 원로가 돼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 시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연이어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예타를 완화 하는 것은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국토균형 발전을 기하자는 취지에서 추진 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의 예타 제도로는 수도권 이외 기반시설에 대해서는 예타가 나오지 않고, 수도권 일극주의만 심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 분산을 위해 부득이 하게 사회 간접시설을 지방에도 골고루 설치하여 지방 균형 발전으로 인구분산 정책의 기반을 마련 하고자 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걸 두고 미래세대에 빚만 넘긴다느니 역사에 죄를 짓는다느니 하는 그런 왜곡된 시각으로 어찌 공공기관에 근무했고, 잠깐이지만 국회의원까지 했는지 의아스럽다"라고 윤 전 의원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 입 다물고 조용히 있으면 2등이라도 한다. 일천한 식견으로 떠들면 떠들수록 지식의 한계만 노정된다"라는 지적이었다.

홍 시장은 또한 "꼰대라는 이미지 덧씌우기는 본질을 피해가는 어거지(억지) 반론이다. 그런 거 덧씌운다고 위축될 사람이 아니다"라며 "나는 나이만 보면 꼰대가 맞다. 그러나 자칭 청년 정치인도 몽상에 취해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는 이른바 4차원 꼰대가 지금 얼마나 많으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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