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포기 중단하라"... 더 격화된 한성대 교수·직원 시국성명 ['굴욕 외교' 반대 시국선언]
[윤근혁, 권우성 기자]
▲ 한성대 교수와 직원 83명이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성대 입구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
ⓒ 권우성 |
한성대 교수와 직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국가 주권 포기행위를 중단할 것"을 공개 요구했다. 4·19 혁명 63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교수와 교직원들이 함께 윤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성명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 외교는 구걸식 빈털터리 외교"
19일 오후 1시, 한성대 교수와 직원들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이 대학 정문 앞에서 발표한 시국성명에서 "공정·법치·상식의 기치를 들고 출범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법치·상식에 기반한 통치가 실종되어 가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은 한일정상회담을 포함한 일련의 국정 운영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공정과 법치의 가치를 스스로 허물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와 직원들은 "윤 대통령의 외교는 외교의 원칙을 허문 구걸식 외교이자 빈털터리 외교의 전형"이라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방미를 앞두고 터진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사건"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교수와 직원들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제대로 진상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문서는 위조된 것이고 미국은 악의의 정황이 없다'고 일축했다"면서 "주권을 가진 나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아무 일 아닌 양 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수와 직원들은 "미국의 도·감청 사건이나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는 한국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안보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미래 세대들에게 분단비용의 부담을 덜게 하는 방안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3월 1일, 미국 연방하원의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한반도 평화법안'을 발의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행보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한성대 교수와 직원 83명이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성대 입구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
ⓒ 권우성 |
이날 시국성명 기자회견에 참석한 10명의 교수와 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적 상식을 허문 몰역사적·비민주적·반인권적 제3자 변제방식을 철회하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의 주권의 포기 행위를 중단하고, 미국에 의한 도·감청 사건에 대해 엄중이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라.
하나, 진정한 법치와 공정과 정의를 세우고,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뜻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민주공화정의 참 정신을 실천하라.
이날 시국성명에 이름을 올린 교수와 직원은 모두 83명(교수 20명, 직원 63명)이었다. 한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지금 교수들은 혹시 학계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에 따라 이번 시국선언에도 재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 신규교수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시국성명서 회람장을 돌리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정과 법치, 정의 훼손 지켜만 볼 수 없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전민우 전국대학노조 한성대지부 부지부장은 "4·19혁명 63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 때 그날처럼 공정과 법치를 외치기 위해 다시 모였다"면서 "채 1년이 안 된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법치를 후퇴시켜버렸다. 이에 따라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시국성명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시국성명 발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윤구 전국대학노조 한성대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지도 못하면서 노동자에겐 주 69시간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똑바로 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 한성대 교수-직원, '윤석열 정부 규탄' 시국선언 ⓒ 권우성 |
다음은 이날 발표된 시국성명서 전문이다.
한성대학교 교수·직원 윤석열 정부 규탄 시국성명서
공정·법치·상식의 기치를 들고 출범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법치·상식에 기반한 통치가 실종되어가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우리 국민은 한일정상회담을 포함한 일련의 국정 운영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과 법치의 가치를 스스로 허물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
첫째, 윤 대통령의 제3자 변제방식은 일본의 식민 지배와 반인도적 강제 동원이 명백한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역사적·사법적 판단을 부정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법통과 역사까지 모호하게 만들었다. 불법적 식민 지배와 강제징용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가해자인 일본정부와 일본기업이 배상하는 것은 역사의 정의이다.
둘째, 민주주의의 상식과 원칙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철저히 무시했다. 윤 대통령은 제3자 변제방식을 고집하고 자신의 집권기간에는 일본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대법원 판결의 핵심 취지를 부정함으로써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위배하였다.
셋째, 윤 대통령의 외교는 21세기 공정과 실리를 중시하는 외교의 원칙을 허문 구걸식 외교이자 빈털터리 외교의 전형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의 원천인 국민들조차도 그러한 구걸식 외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60%가 넘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여론을 무시한 채 선심쓰듯 모두를 양보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미를 앞두고 터진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사건이다. 이에 대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제대로 진상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문서는 위조된 것이고, "미국은 악의의 정황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김태효 차장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가? 윤 대통령이 이에 동의를 하는 것이라면, "악의가 아니라 선의라면 불법도청을 허용한다"는 말인가? 주권을 가진 나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아무 일 아닌 양 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넷째, 미국의 도·감청 사건이나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는 한국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안보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1953년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70년이 되는 올해 한반도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뿌리내리려 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선제타격을 앞세운 군사훈련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 1일, 미국 연방하원의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한반도 평화법안"을 발의했다. 윤석열 정부의 행보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실로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는 오히려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군사 안보 비용만을 늘리는 것과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할 위험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이 어찌 우리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하겠는가? 우리의 안보상 국익이자, 미래세대들에게 분단비용의 부담을 덜게 하는 방안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고, 70년 정전상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있다.
다섯째,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이나 대한민국의 헌법 수호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합의 이행과 독도 영유권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등까지 윤 대통령 앞에서 언급했다고 한다. 우리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회담 의제가 아니었다고 하면서 회담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의 독도 발언에 대해 윤대통령이 어떻게 답변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제2항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과연 윤 대통령이 헌법상의 대통령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섯째, 나아가 윤석열 정부는 한국 노동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산업화시기 한국은 세계 최장시간 노동 국가로 악명을 떨쳐왔고, 최근까지도 김용균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산업재해 장시간노동문제가 발생하여 국제노동기구(ILO)조차도 한국의 노동현실과 노동시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주 40시간 법정노동시간제라는 말이 무색한 실정이다. 현 정부는 69시간제 개악안을 내놓고, 노동자와 국민, 청년들을 우롱하고 있다. 노동자 없이 국가 발전도 미래도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우리 한성대학교 교수와 직원들은 다음을 엄중히 요구한다.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적 상식을 허문 몰역사적·비민주적·반인권적 제3자 변제방식을 철회하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굴욕적이고 망국적인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외교부 장관을 해임하고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쇄신하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의 주권의 포기 행위를 중단하고, 미국에 의한 도·감청 사건에 대해 엄중이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라.
하나, 69시간 개악안을 철회하여 국제 노동규범인 40시간 법정근로제를 준수하라.
하나, 진정한 법치와 공정과 정의를 세우고,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뜻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민주공화정의 참 정신을 실천하라.
이러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우리 한성대학교 교수와 교직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2023년 4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외교와 국민주권 훼손하는 국정운영을 우려하는
한성대학교 교수·직원 일동 (총 83명: 교수 20명, 교직원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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