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호’까지… DTx 산업 성장 본격화될까
불면증 CBT 치료 DTx
'1호 디지털 치료기기(DTx, 디지털 치료제)'가 나온 지 두 달 만에 2호 DTx까지 나오면서 국내 DTx 산업의 성장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웰트가 개발해 제조 품목허가를 신청한 인지치료 소프트웨어를 두 번째 국내 DTx로 허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필로우Rx(웰트-I)'로 이름 붙여진 두 번째 DTx는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CBT)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다. 환자가 입력하는 '수면 일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적정 취침 시간 제시, 수면의 질 개선을 위한 환자의 행동 중재 등을 6주간 수행해 환자의 불면증을 개선하는 원리다.
식약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디지털치료학회의 정신건강의학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료기기위원회'를 개최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자문하는 등 과학적이고 철저한 심사를 거쳐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호 DTx인 에임메드의 '솜즈'와는 적응증이 유사한 만큼 "동일한 제품 구성 및 사용 목적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제조사가 다른 만큼 알고리즘이 달라 사용자화면(UI), 사용자 경험(UX), 사용기간 등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솜즈의 사용기간은 6~9주지만 필로우Rx의 사용기간은 6~8주다.
필로우Rx의 향후 판매는 한독이 맡는다. 한독과 웰트는 2021년 지분 투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한독이 필로우Rx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는 등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수면제인 '스틸녹스'를 한독이 유통하고 있는 만큼 불면증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DTx는 식약처의 정의에 따르면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SaMD"다. 별도의 특수한 기기 없이 스마트폰, 태블릿 등 범용 기기에 설치돼 사용할 수 있고, 실제 질병 분류에 규정된 질병을 치료 외에도 예방,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며 임상을 통해 작용 기전의 근거를 마련한 의료기기인 셈이다. 특히 언제 어디서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등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고, 개발 측면에서도 일반 신약보다 빠르게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적극 지원까지 가세…DTx 산업 뿌리내릴 수 있을까
1호에 이어 2호 DTx까지 빠르게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식약처를 포함한 관계 당국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국내 DTx 규제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자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식약처는 2020년 8월 세계 최초로 내놓은 'DTx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는가 하면 불면증을 포함해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 'DTx 안전성·성능평가 및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맞춤형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식약처는 이번 필로우Rx 승인 과정에서도 2021년 7월 필로우Rx를 허가도우미 대상으로 지정하고 불면증 DTx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특화된 지원을 제공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관계부처와 함께 마련한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를 통해 필로우Rx 등을 1호 혁신의료기기로 선정하면서 허가 후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기까지의 기간을 80%가량 단축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식약처의 신속한 규제 정립과 맞춤형 상담은 DTx를 신속히 출시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라며 “앞으로 필로우Rx를 전 세계로 수출하며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유경 식약처장도 “국내업체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신기술 혁신 제품을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국내 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들겠다”며 “규제 전문가 밀착 상담, 글로벌 기준 적용 등 규제지원 다리를 단단하게 놓아 제품 개발 성공률을 높이고 제품 출시를 앞당기겠다”고 전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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