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날씨에 꽃눈 얼었다…"삐딱한 사과 먹을 판" 농부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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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냉해에 “꽃눈 다 얼어” 망연자실
충북 보은군 회인면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이모(62)씨는 최근 냉해(冷害)로 한해 농사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 8~9일 이틀 동안 회인 지역 최저 기온이 영하 2.7도까지 떨어지면서 열매를 맺는 꽃눈이 얼어버렸다. 고품질 사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중심화’뿐만 아니라 둘레에 난 ‘측화’ 속 암술이 갈색으로 변했다.
표본 조사 결과 사과 농장 6600㎡(2000평), 복숭아 농장 3300㎡(1000평) 등 상당수가 냉해 피해를 봤다. 이씨는 “꽃눈 안에 있는 암술이 얼어서 새카맣게 변했다”며 “암술이 죽으면 수정이 안 돼 착과율이 떨어진다. 살아있는 암술도 정상이 아닌 게 많아 모양이 삐딱한 사과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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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방 텅 비고, 암술 까맣게 시들어”
과수 개화기를 앞당긴 날씨가 4월 들어 또 변덕을 부리면서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월 이상 고온 탓에 평년 보다 일주일 이상 일찍 핀 과수 꽃이 4월 이상 저온 현상으로 냉해를 본 탓이다. 수정을 맺기 직전 꽃 안에 있는 암술과 수술이 시듦 현상을 보인 농가가 많아 개화기 이후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초 이상 저온 피해 면적은 18일 기준 2079㏊로 집계됐다. 작목별로 사과가 858㏊로 피해가 가장 컸다. 복숭아 541㏊, 배가 407㏊, 자두 73㏊, 포도 48㏊로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620㏊, 경북 533㏊, 충북 392㏊, 세종 376㏊, 충남 140㏊ 등이다. 사과 피해는 경북(348㏊), 복숭아는 전북(277㏊), 배는 세종(175㏊)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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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일찍 핀 사과꽃 냉해(冷害) 직격탄
괴산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김모(30)씨도 밭 전체(1만9800㎡)가 피해를 봤다. 3월 초에 파종한 감자가 싹이 막 나오는 시기인 4월 7~8일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지면서 늦서리를 맞았다. 비닐로 고랑을 덮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싹 위에 구멍을 미리 뚫어 놓은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날이 계속 따뜻할 것을 예상해 감자를 심으면서 비닐에 구멍을 뚫어놨다”며 “냉해를 본 이튿날부터 감자 싹이 검게 변하면서 말라 죽었다”고 했다.
과수나 어린 농작물은 꽃이 피어 있거나 싹이 움트는 기간 냉해에 가장 취약하다. 꽃망울만 맺힌 상태에선 영하 3도 이하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올해 과수 꽃이 빨리 핀 이유는 따뜻한 날씨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3월 전국 평균 기온은 9.4도로, 평년보다 3.3도나 높았다. 높은 기온으로 과수 꽃이 일찍 폈다가 이상 저온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최종순 농식품부 사무관은 “냉해 특성상 맨눈으로 곧바로 확인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서 2~3주 정도 꽃눈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며 “5월 말까지 조사한 뒤 피해 농가에 재해대책복구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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