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가 100년 전 양키스타디움 첫 홈런 친 날, 오타니도 홈런을 쳤다
'21세기의 베이브 루스'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홈런을 쳤다. 루스가 첫 홈런을 친 지 꼭 100년 만이었다.
오타니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양키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번 지명타자로 나와 1회 초 텃 타석에서 투런 홈런을 쳤다. 양키스 선발 클라크 슈밋이 던진 스위퍼가 가운데로 몰렸고, 오타니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이날은 100년 전 루스가 새롭게 문을 연 양키스타디움에서 첫 홈런을 친 날이었다. 폴로 그라운드를 안방으로 쓰던 양키스는 1923년 양키스 스타디움으로 옮겼다. 루스는 개장 경기로 펼쳐진 1923년 4월 19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홈런을 쳤다.
다만 루스와 오타니가 홈런을 친 경기장은 엄밀히 따져 '이름만 같은 곳'이다. '루스가 지은 집'이란 별명을 가진 구(舊) 양키스타디움은 2008년까지 사용되다 철거됐다. 김병현이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맞은 그 곳이다. 현재 쓰는 구장은 바로 옆에 과거 양키스타디움 모양을 본따 지은 신구장이다.
AP통신은 "오타니는 루스가 양키스타디움에서 첫 홈런을 친 뒤 딱 100년이 된 날에 신(新) 양키스타디움에서 홈런을 날렸다. 오타니는 루스 이후 가장 유명한 투타 겸업 선수"라고 전했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투수 출신이다. 191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할 당시엔 촉망받는 좌완투수였다. 당시엔 지명타자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루스는 타격도 했고, 워낙 타격이 뛰어나자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날엔 외야수로 나섰다. 이후 양키스로 이적한 뒤엔 타격에 집중했다. 투수로는 통산 94승을 올렸고, 타자로는 통산 659홈런을 쳤다.
오타니는 2013년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 입단부터 '투타겸업'을 시도했다. 일본을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할 당시 '이도류'를 할 수 있는 팀을 찾았고, 에인절스와 계약했다.
오타니는 과거 루스가 세운 기록들을 잇달아 소환했다. MLB 역사상 단일 시즌 100이닝-200타석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루스와 오타니 뿐이다. 두 자릿수 승리-두자릿수 홈런도 루스 이후 104년 만에 달성했다. 올 시즌도 4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0.86을 기록하고, 타율 0.300, 4홈런 11타점으로 맹활약중이다.
루스의 또다른 후계자 애런 저지(31)는 침묵했다. 저지는 지난해 루스와 로저 매리스에 이어 '청정 타자'로는 역대 세 번째로 60홈런 고지를 밟았다. 덕분에 투타에서 활약한 오타니를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홈런은 커녕 안타도 치지 못했다. 3타수 무안타 1타점. 공교롭게도 오타니의 홈런은 우익수 저지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오타니는 시즌 4호포 포함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로 활약해 5-2 승리를 이끌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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