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전세사기 활개…‘제2미추홀구 우려’

장선욱 2023. 4. 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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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에도 전세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사회경험과 부동산 계약의 권리확보에 어두운 청년·신혼부부 등을 길거리로 내모는 '제2의 미추홀구' 사태가 우려된다.

광주·전남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매매가를 웃도는 금액으로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회수불능 상태에 이르는 이른바 전세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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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원 보증금 가로챈 전세사기범 구속

광주·전남지역에도 전세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사회경험과 부동산 계약의 권리확보에 어두운 청년·신혼부부 등을 길거리로 내모는 ‘제2의 미추홀구’ 사태가 우려된다.

광주·전남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매매가를 웃도는 금액으로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회수불능 상태에 이르는 이른바 전세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9일 속칭 ‘무자본 갭투자’ 수법을 통해 건네받은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편취한 A씨를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브로커 등 2명을 입건해 공모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구속된 A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공인중개사로부터 수요가 많은 중저가 신축 주택(빌라)을 원하는 임차인을 대거 소개받은 뒤 가계약한 빌라를 매매가에 근접하거나 웃도는 금액에 전세계약하는 수법으로 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매매가보다 많은 보증금을 받아 백마진(리베이트)을 나눠 가진 뒤 나머지 돈으로 가계약 상태이던 빌라 매매대금을 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등이 이 같은 수법으로 그동안 사들인 빌라가 총 400여 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중 전세기간 만료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가 210여 가구, 금액으로는 600억여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민들의 피해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해 6월 임대차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발장과 국토교통부 수사 의뢰에 따라 전세사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의 집중수사로 광주지역에서만 200억원대의 피해가 예상되는 5건의 전세사기 용의자가 적발돼 현재 집중 수사를 받고 있다.

전남 광양에서도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3명이 붙잡혔다.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8일 광양 시내 노후 아파트를 헐값에 사들인 뒤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B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수사 중이다.

개인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들은 담보대출로 근저당이 설정돼 매매가 어려운 노후 아파트를 한꺼번에 산 뒤 173명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그동안 103억원을 반환하지 않았다. 본인의 자본은 거의 투입하지 않고 이들이 맺은 임대차 계약 금액은 상당수가 인근 아파트 매매금액보다 많았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보증금 피해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광주·전남지역에서도 전세사기가 이어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 등이 계약 과정에서 전세자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해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막상 현실적으로는 회수가 어려운 경우도 적잖아 피해가 늘고 있다”며 “반드시 근저당 설정과 체납 여부, 주변 시세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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