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거리를 배회한 적 있다면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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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최근 암수술 등 거듭되는 병치레를 통해 급격히 약화된 기억력을 실감하면서 주변의 권유로 '치매검진'을 받기로 했다. 2주 전 검진을 예약하고 치매안심센터를 찾았다.
▲ 금천구 치매안심센터 |
ⓒ 이혁진 |
치매안심센터는 이름에 걸맞게 실내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했다. 일대일 검진실에서 검사자는 간단히 신원을 확인하고 개인적인 환경과 병력 등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기억력과 집중력을 테스트하는 내용과 지문이 이어졌다.
검진 초반, 긴장한 탓인지 나는 검진 당일 19일을 20일로 답변하고 말았다. 내가 오늘 며칠인지를 헷갈리다니 어이없었다. 이는 지남력(指南力)이 약간 떨어지는 것으로 점수에 반영됐다. 지남력은 자신이 처한 장소, 시간 등 상황에 대한 인식 능력을 말한다.
그 외 주의력, 시·공간기능, 기억력, 언어기능 등은 문항별 점수에서 만점을 받았다. 검사자는 연령, 학력, 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를 '정상'이라 판정했다.
특히 최근 배회한 적이 있느냐는 검사자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 그런 개연성이 있다면 치매 환자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실제로 치매환자 10명 중 6명은 한 번 이상 배회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치매검사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고혈압 환자가 긴장해 의사 앞에서 혈압이 올라가는 것처럼 큰 병의 후유증 때문에 인지장애를 크게 의심했기 때문이다.
치매검진 결과는 '정상'과 '인지 저하'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인지 저하 그룹은 센터에서 '신경심리검사'라는 2차 정밀검진을 실시한다. 여기서도 치매가 의심이 되면 치매 관련 병원을 연계해 뇌 MRI, 혈액검사 등 '감별검사'와 치료를 진행한다.
치매검진 결과가 정상이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 검사를 진행한 관계자는 치매검사를 건강검진처럼 매년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고했다.
검사자는 내게 정상이지만 3행(行) 실천을 당부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3가지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친구들과 자주 연락해 만나라고 했다. 특히 매년 치매안심센터를 찾아 조기검진을 받고 치매 초기 증상을 알아두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하는데 치매검사를 별도 요구한다. 치매가 운전기능과 매우 관련 있다는 방증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환자가 운전할 때 평소 가던 길을 잃어 늦게 도착한다고 한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중 11%가 치매환자로 추산된다.
▲ 컬러링북 |
ⓒ 이혁진 |
▲ 컬러링북 |
ⓒ 이혁진 |
오늘 치매검진을 받고 얻은 소득은 나이와 병들어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무조건 치매증상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매와 기억장애 등의 건망증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치매는 뇌혈관이나 뇌가 손상돼 지능, 학습, 언어 등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를 특정한다.
내가 오늘 받은 치매검진 결과는 센터가 보관한다. 전국 어딜 가나 결과는 공유된다. 치매검진은 건강검진을 2년마다 받듯 매년 받기를 권하고 있다. 특히 외롭게 사는 독거노인이나 치매 고위험군은 매년 치매검진을 받아야 한다.
한편, 지난 3월부터 나는 '치매예방'과 '두뇌건강'을 위해 '컬러링북'을 구입했다. 색칠하면서 새로 발견한 '마음건강 힐링'이랄까. 하얀 종이 위에 어떤 색을 어떻게 칠할지 고민하면서 인지기능이 되살아나는 걸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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