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계획대로 발사하라"…尹·바이든 정상회담 맞춰 쏘나

정영교 2023. 4. 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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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을 "계획된 시일 내에 발사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밝혔던 발사 시한은 '4월 내'였다.

노동신문은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다그쳐 끝낼 것″을 주문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관영 매체들은 19일 전날 김정은이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다그쳐 끝낼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4월 내 발사를 공식화하면서 외교가에선 "북한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춘 '군사위성'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성 발사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는 한·미·일에 견제구를 날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 두 시간 전,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한·미·일 공조 체계를 흔들기 위한 의도된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빨치산 창건일' 택하나?


앞서 북한 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도 연말 전원회의 보고에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마감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찰위성과 운반 발사체 준비 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 기간 내에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현황을 보고받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4월 중 위성 발사의 '디데이(D-day)'를 택한다면 오는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건일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해에도 90주년 맞은 항일빨치산 창건일을 계기로 심야에 열병식을 열었다. 당시 북한은 김일성이 항일 무력 투쟁을 위해 권총 2정으로 단출하게 꾸린 혁명무력이 김정은 시대 들어 완성된 핵무력을 가진 강군으로 거듭났다는 '스토리텔링'을 내놓으며 김정은 우상화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특히 올해 창건일은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바로 직전에 배치돼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한·미가 아니라 북한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의도적으로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 풍향·풍속 등을 포함한 기상조건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군사정찰위성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일각에선 북한이 위성 발사 전 광명성 3·4호를 발사했던 2012년과 2016년의 전례를 따를 거란 관측도 있다. 당시 북한은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나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발사 계획을 통보하는 절차를 밟았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시험발사에 이어 실제 위성 발사는 5~9월 사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정당한 위성발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관련 국제기구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하는 절차를 통해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찰위성 보유는 김정은 숙원사업


군사정찰위성을 운영하는 것은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내세웠던 숙원사업이다. 군사정찰위성 개발은 김정은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의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에서 딸 김주애와 함께 군사정찰위성에 사용되는 부품으로 주청되는 시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의 이런 결정에는 미국이 위성을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피포위 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이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 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해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보도에서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사진과 제원 등을 소개한 대형 모니터 화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제원은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위성의 모양은 육각형 형태로, 상단에 태양전지판 4개를 펼친 모습이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전시 항모중심의 연합전력 전개를 두려워하는 북한 입장에서 군사정찰위성 확보는 최우선 목표라며 "위성을 통해 사전에 관련 징후나 항로 추적이 가능한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하여 실질적인 전쟁억지력을 높이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찰위성은 선제 핵공격을 위해 필요한 핵심자산이기 때문에 한·미에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에도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 개발과 운용의 목적은 남조선 지역과 일본 지역, 태평양 상에서의 미 제국주의 침략 군대와 그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화국 무력 앞에 제공하는 데 있다"고 밝히면서 군사정찰위성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北, 대미 우주공격 '5대 위협국'"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북한이 지난 1년간 우주 프로그램에서 작은 성공 거뒀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Space Threat Assessment 2023·우주위협평가 2023)를 공개했다. CSIS는 보고서에서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 인도, 이란과 함께 우주에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5대 국가로 꼽았으며, "북한이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더 많은 첨단 기술을 획득하고 운영 경험을 쌓으면 우주 시스템과 지상국에 대한 위협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에서 관계자들에게 정찰위성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보고서는 "2012년 처음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뒤에 북한의 우주 프로그램은 제한적인 진전만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에는 미래의 정찰위성에 대한 두 가지 잠재적인 기술 시험과 우주 발사 시설의 성능향상을 포함해 우주 활동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시험품' 성능 테스트 주장과 관련해 "올해 4월 작전용 정찰위성의 첫 발사를 앞두고 카메라 조작성, 통신 전송 능력, 지상통제시스템의 추적 정확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또 당시 공개한 서울 도심을 촬영한 흑백 사진을 언급하면서 "정교하지는 않지만, 이 초보적인 시스템은 북한의 제한된 우주 역량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언급했다. 그는 18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김정은 체제는 서울, 도쿄, 워싱턴 DC 등을 넘어서 도달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의 최근 ICBM 시험발사 등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가진)육상에서의 능력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의 이날 국가우주개발국 시찰에는 김정은의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영상에는 그가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검정색 슬랙스에 구두로 다소 격식을 갖춘 모습이 담겼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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