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43)] 다시 처음으로…더 단단해질 ‘코넛’의 미래
싱어송라이터이자 베이시스트 코넛(본명 배지연)은 활동명을 자신이 좋아하는 코코넛 초콜릿을 줄여 만들었다. 처음 코코넛 초콜릿을 먹었을 때 느낀 깊은 달콤함을 닮고 싶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코넛의 음악은 한 번 들으면 마음 한구석에 깊이 남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지난해 11월 네 번째 EP앨범 ‘Cozic Therapy’을 발매하고 최근엔 공연과 유튜브에 올리는 베이스 커버 영상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베이시스트로서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이다. 그의 음악활동의 첫 시작이기도 했던 베이시스트로 입지를 다지면서 더 단단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제일 최근의 음악활동은 작년 11월에 네 번째 EP앨범 ‘Cozic Therapy’ 발매입니다. ‘Chil’ ‘Mood’ 그리고 ‘Scent’라는 3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작업했고, 다섯 분의 뮤지션들과 콜라보한 다섯 곡이 담겨있죠. 올해 1월에는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아티스트 아르코(ARCX)님과 콜라보 공연으로 ‘아르코넛’(ARCONUT)이라는 프로젝트 팀이 결성돼 ‘무대륙’에서 ‘Tune For Each Other’라는 타이틀의 공연을 진행했어요. 다양한 개성을 지닌 멋진 객원보컬 분들과 함께여서 더욱 더 완성도 있는 무대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베이스 연주를 다시 많이 하고 싶어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새 채널을 통해 베이스를 많이 연주하고 있고요.
-처음 음악 활동을 베이시스트로 시작하셨죠.
네, 중학교 3학년 때 드럼을 배운다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것이 베이스였어요. 음악이 너무 좋았고, 계속 음악을 하기 위해서 입시를 준비했죠. 운이 좋게도 그 당시에 경쟁률이 높았던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에 합격하면서 지금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베이시스트였다가 노래를 직접 하게 된 계기도 있을까요?
고등학교 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베이스로 곡을 쓰게 됐어요. 그래서 대학교 입시곡도 자작곡으로 준비했고요. 그 당시 보컬 곡을 쓰기 시작했는데, 멜로디와 가사를 붙이다보니 가이드를 부탁할만한 친구가 마땅찮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부르게 됐던 것 같아요. 한 때 에스페란자 스팔딩(Esperanza Spalding)이라는 아티스트 공연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껴서 저도 베이스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형태를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공식 데뷔는 2015년인데요, 그 전에는 어떤 활동들을 했나요?
2011년에는 KBS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탑밴드’에 출연했어요. 프로젝트 여자 5인조 팀이었는데 제 스스로가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경험이 떨리기도 했죠. 그래도 돌이켜보니 여러 가지로 많은 경험이 됐고, 배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에는 인디밴드 차가운체리라는 팀에서 반년 넘게 베이스 세션을 했고, 학교 친구들과 결성했던 포크락 밴드에서 베이스 연주자로 1년 정도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갑작스레 팀을 나오게 되면서 코넛으로 첫 싱글 앨범이 나오게 됐습니다.
-처음 ‘코넛’이란 이름으로 앨범이 나왔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막연하게 ‘앨범을 직접 만들어서 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순수한 마음이 떠올라요. 왠지 모르게 마음 설레고 떨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툴렀지만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죠.
-그로부터 벌써 8년이 흘렀는데요. 그 사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2021년 초에 제 곡이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 광고음악으로 사용됐던 것,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던 것이 큰 터닝포인트가 된 일이었어요. 물론 음악 활동을 그런 목적으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래 이어나가려면 저를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잖아요. 아무래도 인디로 소박하게 활동하다 보니 이런 사건들이 너무나도 감사했고,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연차가 쌓이면서 오는 부담감도 있나요?
나이가 들어가고 현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부담과 책임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겠죠.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꽤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앨범을 계속해서 쏟아내는데 마음이 앞서있었다면, 최근에는 연습량을 늘리고 있어서 실력적인 부분에서 더 단단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음악을 더 오래하기 위해선 단단해져야 하겠더라고요(웃음).
-부담감이 슬럼프로 이어지진 않았나요?
솔직히 내려놓으려고 마음먹었던 적도 여러 번 있었죠. 그 중에서도 2020년 말, 한쪽 귀가 반음이 떨어지게 들리면서 이명이 찾아온 때였어요. 제 인생에서 자존감이 바닥을 찍었던 사건이었죠. 음악이 괴상하게 들리고, 사람의 말소리가 분리돼서 들려서 정말 당황스럽더라고요. 원인을 바로 찾지 못해서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고생을 했고, 더 이상 음악을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어요. 다행히 좋은 병원을 찾아서 해결했고 지금은 아주 멀쩡합니다. 하하. 이 사건 이후로는 음악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많아 달라진 것 같아요. 좋은 쪽으로요(웃음).
-아직 코넛을 모르는 대중에게, 스스로를 가장 잘 표현한 곡 하나를 추천해주자면?
그간 꽤 많은 곡을 발매했는데, 최근 발매한 ‘Cozic Therapy’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요즘 자꾸 떠올라서 계속 듣고 있는 곡이에요. 발매 직전에 멜로디와 가사가 만들어져 빠듯하게 완성했던 곡인데 ‘이런 곡을 계속 만나고 싶다’ ‘부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곡처럼 친구처럼 편안하고 담백한 음악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어요.
-올해 앨범 계획은 없나요?
2015년 이후로 자력으로 앨범을 생산해오다보니 지치기도 해서 앨범은 쉬어가고 있어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하며 베이스 커버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베이스에만 집중하니 옹골지게 재미있고 다양한 곡들을 커버하면서 실력이 늘어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네요. 하하. 올해는 베이스 연주에 집중하고 싶고, 버스킹도 해보고 싶어요. 코로나 이전에 버스킹을 해보고 싶었는데 다시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서 이것저것 부딪혀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론 앨범 계획도 있고요. 5년 전에 썼던 곡으로 올 여름에 앨범을 낼 계획인데, 남녀 듀엣 곡으로 싱어송라이터 파랑망또와 천석만 님과 함께 작업 중에 있습니다. 공연도 계속 이어가고 싶어서 팀을 꾸려보고 있고요. 다양한 셋리스트로 공연을 해 볼 작정입니다.
-베이시스트 겸 보컬이라는 것이 곡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코넛의 차별점으로 봐도 좋을까요?
곡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쓰는 편이에요. 활동 초반에는 베이스를 기반으로 곡을 많이 섰어요. 지금은 더 다양한 코드진행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여러 가지 시도해보는 중입니다. 다만 보컬과 베이스 기타와 겸하고 있다 보니 콜라보를 한다거나 소통을 할 때 새로운 느낌을 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일반적인 ‘가수’의 포지션과는 조금 다르니까요. 다양한 보컬, 연주자들과 빠르게 협업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넛의 음악적 정체성, 방향성 궁금한데요.
그루비한 베이스 연주. 그리고 소박하면서도 마음에 남는 잔잔한 멜로디와 가사가 제 음악적 색깔과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자유롭게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고 싶고, 행복을 주는 아티스트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해요. 언제든 기댈 수 있고, 가끔은 잠시 찾아와 쉬어갈 수 있는 음악들을 하고 싶어요. 사실 그간의 활동에서는 제 자신에게 많이 집중이 되어있었다면 앞으로는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프로듀서적인 면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코넛의 올해 목표, 최종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올해는 베이스 커버 콘텐츠를 계속 이어가보려고 해요. 그동안 싱어송라이터 코넛이 저의 주캐릭터였는데 베이스 연주자로서의 코넛의 캐릭터도 함께 키워보려고요. 또 건강과 행복에 포커스를 두려고 합니다. 친구도 많이 만나고 운동도 하면서 행복지수를 올려볼까 합니다.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최종 목표는 평생 음악을 하면서 사는 거예요. 어떤 형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음악을 지속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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