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스즈메'→'존윅4'…새 판 된 박스오피스에 여전히 위축된 한국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연이어 일본 애니메이션이 사랑 받고 '존 윅4'가 새로운 박스오피스 정상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한국 영화의 흥행은 감감무소식이다.
19일 영화진흥원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존 윅4'는 18일 1418개의 스크린에서 4만 9022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누적 관객 수는 83만 383명으로, 100만 돌파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2위 '스즈메의 문단속'은 1만 5636명이 관람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관객 수 472만 9906명으로 국내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물론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스코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이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존 윅4'가 국내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새기는 사이, 한국 신작들은 흥행과 멀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3월 전체 매출액은 800억 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월의 63.2%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96.2%(530억 원) 늘었다. 3월 전체 관객 수는 748만 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서 한국 영화 매출액은 215억 원으로 매출액 점유율은 26.8%, 관객 수 점유율은 25.1%였다. 이번 3월 관객 수 점유율은 팬데믹 기간이던 2020~2022년을 제외하면 2004년 이후 3월 중 가장 낮은 점유율이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올빼미' 이후 한국 영화는 단 한편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유령', '교섭', '스위치', '대외비', '소울메이트', '웅남이' 등 블록버스터와 중소 규모의 영화들이 연이어 출격하고 있지만 흥행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세다.
4월 신작도 마찬가지다. 개봉 3주차가 된 '리바운드'는 누적 관객수 50만 4939명으로 뒤늦게 개봉한 '존 윅4'에게 관객 수를 빠르게 따라잡혔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 장항준 감독의 신작으로, 아내이자 히트 작가 김은희까지 가세해 기대작으로 손 꼽혔던 작품이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도 나쁘지 않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꼴찌들의 역전승과 스포츠 영화의 감동 코드가 대중성을 저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극장가 흥행의 벽은 높았다. 100억 원이 투입된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180만 명으로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14일 등판한 이하늬, 이선균 주연의 '킬링 로맨스'의 성적도 일찌감치 빨간불이 켜졌다. 개봉 첫 날, 2만 1108명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관객 수가 8만 5396명으로 주말 동안 1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분)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2013년 '남자사용설명서'로 주목받았던 이원석 감독의 B급 유머가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취향이 뚜렷하게 갈리는 B급 코미디 영화로 개봉 초반부터 호불호가 갈렸다.
이에 26일 개봉하는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에게 이목이 쏠려 있다. '드림'은 2019년 1626만 관객을 동원해 국내 상영화 관객 수 역대 2위를 기록 중인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박서준, 아이유가 주연을 맡았으며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했던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코미디에서 강세를 보였던 이병헌 감독의 이름 값과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소재의 영화다.
'드림'도 개봉을 앞두고 긴장 중이다. 관객들은 팬데믹 동안 높아진 티켓값으로 극장에서 관람할 영화와 OTT에서 시청할 영화를 나누고 있다. 티켓 가격이 멀티플렉스 기준 평일 14000원, 주말 15000원으로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4000원이 인상됐다. 코로나19 동안 OTT로 관람하며 관람 환경이 변화했지만 극장가가 티켓값을 올리자 관객들은 극장을 멀게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도 흥행 부진의 이유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개봉이 밀리면서 묵혔던 작품들을 차례로 개봉하다 보니 낡았다는 인상을 주거나, 현재 트렌드에 맞지 않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5월 3일 '드림'의 일주일 차이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이하 '가오갤3')가 전 세계서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MCU 역시 페이즈 4 이후 고전하고 있지만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다. 제임스 건 감독을 비롯해 크리스 프랫, 카렌 길런, 폼 클레멘티에프가 내한해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가오갤'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마블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업계는 한국 영화의 위기를 단순하게 여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중성을 겸비해 내놓은 '리바운드'부터 마니아의 취향을 저격한 '킬링 로맨스'까지 줄줄이 실패한다는 건 한국 영화의 다양한 시도를 제한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킬링 로맨스'를 제작한 '창궐'의 김성훈 감독은 "'킬링 로맨스'의 제작 자체가 모험이었으나, 이런 영화들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료 및 후배들이 다른 장르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라고 흥행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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