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범기업 자산 강제매각 결정 즉각 선고해야"
[김형호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 등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며 대법원 특별현금화 명령 재항고심 사건에 대한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 유성호 |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 등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며 대법원 특별현금화 명령 재항고심 사건에 대한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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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제동원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는 19일 일본 전범기업 국내 자산 강제매각을 위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을 장기간 심리 중인 대법원을 향해 "좌고우면 말고 즉각 선고하라"고 촉구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피해자 지원단체와 소송 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서울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망국적 외교의 시간은 끝났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제 다시 사법부의 시간..."부정의 상태 끝내야"
현재 대법원에는 전범기업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과 특허권 각각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 피고 일본제철이 소유한 피엔알 주식 19만 4794주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이 계류돼 있다.
이 중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95)가 압류한 미쓰비시중공업 특허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의 경우, 2022년 4월 19일 대법원에 접수돼 이날로 꼬박 1년이 흘렀다.
2018년 전범기업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도 피고기업들이 배상을 미루면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의 경우 첫 소송을 제기한 2012년부터 무려 11년이 흐르도록 배상을 받지 못했다. 일본제철 소송의 경우 장장 18년(2005년 소 제기)이 걸리도록 손해배상을 받지 못했다.
일본 법원에 제기한 소송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미쓰비시 근로정신대의 경우 24년(1999년 소 제기), 일본제철의 경우 무려 26년(1997년 소 제기)에 이른다.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양금덕 할머니의 경우, 1992년 도쿄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래 무려 31년째 법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법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수많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고, 생존 피해자들도 100세에 이르거나 100세를 지척에 두고 병마와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는 처지라고 단체는 부연했다.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 등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며 대법원 특별현금화 명령 재항고심 사건에 대한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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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의 간절한 바람 ⓒ 유성호 |
단체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본안 소송과 달리, 강제 집행은 법원으로부터 이미 확정된 채권을 사법권을 통해 실현시키기 위한 단순한 절차에 불과하다"며 "일본 피고기업은 대법원 배상 명령을 이행하기는커녕, 압류명령에 이어 특별현금화명령에 이르기까지 온갖 수단을 통해 불복 절차를 제기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을 집요하게 방해해 왔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이 같은 정의 지체가 빚어진 원인이 사법부에도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국 사법부 결정이 일제 전범기업의 놀잇감처럼 취급되고 있다. 기가 막힌 일"이라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설마 대법원 판결 5년째에 이르도록 배상이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대법원 피고기업에 배상책임 확정...전범기업 5년째 배상 거부
그러면서 "대법원에서 압류가 확정된 뒤 특별현금화명령까지 내려진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1년째 판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첫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부터 장장 11년, 18년에 이른 현재까지 피해 구제가 이뤄지지 않은 데는 사법부의 책임이 작지 않다"며 대법원을 비판했다.
단체는 대법원 재항고심 결정이 늦어진 이유로 사법부의 무책임과 함께 한국 정부의 '삼권분립' 질서 흔들기를 지목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7월 26일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의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일본과 외교적으로 협의할 시간을 달라'며 사실상 선고를 보류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이 선고를 미루는 사이 윤석열 정부는 올 들어 소위 '제3자 변제' 라는 해법을 발표했다.
'2018년 대법원 승소' 생존 피해자 3명, 정부안 수용 거부 확고
그러나 정작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생존 피해자 김성주·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를 포함해 5명의 피해자와 유족은 정부의 제3자 변제안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이들 피해자와 유족은 향후 벌어질 정부와의 법적 다툼을 대비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제3자 변제 거부 입장을 담은 내용증명까지 보내, 거부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단체는 "이제 정부의 외교적 시간은 끝났다. 정부가 일본과 협의할 수 있도록 대법원에 외교적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정작 정부가 내놓은 외교적 해법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상처만 덧낸 채 피해자들로부터 차갑게 거부당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제 다시 사법부의 시간이다. 우리 헌법 제27조 ③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보장하고 있다"며 "정의 회복의 몫은 사법부에 달려있다. 권력의 횡포로부터 사법권을 수호할 책임도, 소 제기로부터 11년, 18년에 이른 이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할 최종 책임도 대법원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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